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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09'TheGreater Mekong

최악의 대지진을 이겨낸 세계 문화 유산, 리장고성.

 

 



#1. 리장 고성

 

 

 

 

 

 

 

 

 


 

 

 

 

 

리장은 원래 윈난의 산골 중에서도 깊은 산골에 위치한, 그야말로 산골동네였다. 지리적으로 운귀고원과 티벳고원이 만나는 자리,

이 오래된 도시는 해발 2400m 에 위치해 있다. 귀가 먹먹하다.

운귀고원과 티벳고원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다는 것은 해발고도가 높다는 사실 이외에 한가지 더 다른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것은 바로 지진이다.

이런 지형적 특성 때문에 오래 전부터 이곳은 지진이 잦은 곳인데, 최악의 지진은 1996년에 발생했다. 하지만 누군가 파괴는 또 다른 창조라 했던가.

이 지진은 이곳 리장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상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중국에서 발생했던 쓰촨성 대지진의 참혹한 모습이 아직도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아마 1996년의 리장 역시

그랬겠지… ?

 

대답은 ‘반’ 만 맞다는 것이다. 1996년의 대지진은 리장의 신시가지, 즉 지금의 고성 밖을 폐허로 만들었다. 현대의 기술인 시멘트와 철근 콘트리트로

지어진, 무엇보다 튼튼할 것 같았던 주택들은 너무나 쉽게 주저 않아 돌덩이와 가루로 변해버렸다. 자연 앞에 이렇게 작아지는 것이 인간이었던가…

그리고, 고성은 남았다. 고성 밖이 한줌의 흙과 돌의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되돌아 놓여 있을 때, 고성안의 나시족들의 목조 전통 가옥들은 거짓말처럼

말짱했다. 현대의 ‘기술’ 과 ‘과학’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나시족들이 간직한 ‘지혜’ 가 그토록 강렬했던 대지진을 견뎌낸 것이다.

그리고 리장고성은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 되었다. 리장 고성의 입구에는 거대한 물레방아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임을 나타내

는 붉은색 벽이 있다. 그리고 물레방아 옆의 패방의’ 세계문화유산 리장 고성’ 이라는 글씨는 장쩌민 전 주석이 친필로 쓴 것이다.

그렇게 리장고성은 대지진을 견뎌낸 전설이 되었고,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 되었고, 중국 제일의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다. 여전히 해발 2400m 의 산

위에 있지만 더 이상 이곳은 예전의 산골이 아니다.

 

 

 

#2.  리장 고성의 ‘즐’  길거리.

 

 

 

 

 

 

 

 

 

 

 

 

 

 

여행 9일째.

이렇게 ‘전설’ 이 되어버린 리장 고성을 두 다리로 구석구석 걸어 다닌다. 오래된 자갈길로 이루어진 조그마한 골목들.

골목 사이마다 자리잡은 목조 건물들. 건물 안쪽마다 자리잡은 카페와 기념품 상점들. 난 지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왔다.

공식적으로는 세계 문화유산인 고성 내에 머물며 1박 이상을 하게 되면 문화재 보호비용 명목으로 80원(=약 16000원)을 내야 한다. 결코 작은 돈은 아니

다. 내가 처음 고성 안으로 들어와서 묵기 위해 찾았던 한 객잔(여관) 에서도 숙박료 이외에 보호비용 지불을 요구하는 바람에 거부하고 다른 곳을 찾아

짐을 풀었다. 공식적으로는 그렇지만 대부분의 고성내의 숙소에서는 보호비용을 요구하지 않으니, 혹시나 요구하는 곳을 만나더라도 지불 할 필요는 없

다.  하지만 교외의 위에롱슈에샨 (옥룡설산) 을 등반할 예정이라면, 이 보호비용은 무조건 내야 한다.

 

리장 고성의 가장 큰 매력은 자갈길이다. 가장 오래된 메인 로드는 600년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보수를 위해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왔겠지만 공식적으로

는 모두 600년 이상 되었다, 라는 사실을 배경으로 깔고 이 고성의 흔적을 감상하게 된다. 메인 스트림 이외의 다른 조그마한 길들은 그렇게 오래되지

는 않았고 많은 부분이 최근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후) 다시 만들어 진 것 같다.  진짜 오래된 것이든 아니든 간에, 이 자갈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이미 시간을 거슬러 오를 수 있다. 자갈길과 어울린 기와지붕은 리장을 살아있는 한 폭의 동양화로 담아낸다.

 

고성 내에서는 재미있는 즐길 거리도 많다. 광장에 설치되어 있는 나시족들의 전통 동빠종을 울리며 그곳을 지나쳐본다. 딸랑딸랑 종소리가 전혀

시끄럽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 종의 윗부분에 달려있는 나무패에는 지구 최후의 그림문자인 동빠문자 (자세한 링크는 여기) 가 적혀있다.

신기한 동빠 문자도, 고성 내 상점에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얼굴의 인형들도 모두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 의 모습은 아니다. 그들을 중국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물음은 약간은 잘못된 것 같다. 물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중국’ 이 여러 모습을 가졌다고 이해하고 싶었다. 그들은

한족과 중원의 이미지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이 조금 많아 북적대기도 하지만, 맑은 공기와 바닥까지 다 보이는 운하 속으로 헤엄치는 물고기떼들을 보며 카페에 앉아 시원한 차를 한잔 마시면,

서서히 리장의 매력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리장의 길거리는 이런저런 즐길 거리도 아주 많은, 아주 ‘즐거운’  길거리다.

 

 

 

 

#3. 리장고성에 밤이 찾아오면

 

 

 

 

 

 

 

 

 

 

 

 

 

 

 

 



리장 고성에도 시간이 흐르고 밤이 찾아왔다. 그리고 하나 둘씩 등이 켜지고, 조금씩 새로운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리장에서의 어둠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밝은 낮의 생기와는 다른 또 다른 느낌의 생기가 고성을 수놓는다.

라이브카페에서는 노래가 시작된다. 중국의 대중 음악부터 비틀즈의 음악까지. 일상을 떠나온 여행자들에게 잠시 일상은 내려 놓으라고

그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여행자들도 못 이긴 채 그들을 따라 시원한 맥주 한잔에 잠시나마 일상과 거리를 둔다.


리장에서 머무는 시간 동안 내가 숙소로 돌아오는 시간은 평균 새벽 2시였다. 일행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특별히 할 일도 없었지만

고성의 밤이 주는 분위기에 취해 그렇게 혼자서 고성을 돌아다니고, 힘들면 보이는 아무 까페에 들어가서 맥주를 한잔 하며 떠나 보내기 싫은

리장의 밤을 마음껏 간직하고자 했다. 리장 고성의 메인 로드는 24시간 등을 밝히며, 작은 골목들은 2시가 넘으면 하나 둘 불이 꺼진다.

하지만 리장 고성내에서 치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워낙 작은데다가 거의 여행자들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리장은 중국 내에서도

가장 안전한 여행지 중 한곳이다.


리장에서는 안전보다, 이렇게 지나가버리고 말 시간이 더욱 걱정이다. 고성 구석구석을 돌아보았지만 아직도 못 본 곳이 너무나 많다.

호도협 트래킹과 옥룡설산을 포기하고, 고성에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나는 고성의 모든 것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