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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09'TheGreater Mekong

쿤밍(昆明) 으로.

 

 






쿤밍으로.

 

 

 

 

 

두근,

그리고 다시 두근.

 

무자와 헤어지고나서 이제는다시 혼자다.

가슴이 뛴다. 긴장이 되지만 그보다 더 큰 기대감이 나를 감싼다.

광저우에서 산 20원짜리 싸구려 시계가 13시를 가리킬 때 쯔음.

요란한 굉음을 내며 긴 거리를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쿤밍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는 언제나 나에겐 그리움의 정서로 다가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움을 싣고 달리는 것은 칙칙폭폭열차이지,

자동차나 비행기로는 그 느낌이 살지 않는다.

광저우를 떠나 윈난의 중심지인 쿤밍으로 가는 열차는 이렇게 꼬박 24시간을 달린다.

 

내가 탄 침대칸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며느리와 손자까지 한 가족이 탔다.

내가 광저우에 있으면서 머물렀던 화남사범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친다는 교수님 가족.

방학을 맞아 모든 가족이 원래의 고향인 쿤밍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손자녀석의 어리광을 무조건 웃으며 받아주는 할아버지.

아직 어린 꼬마녀석은 24시간의 기차여행이 답답하기만 하다.

 

 

 

 

 

 

 

웃다가, 또 울다가...

무엇을 해봐도 시간은 좀처럼 흐르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녀석 덕분에 재미있었다.

이 녀석이 지겨워하면서도대체 무얼 하나 지켜보는게 재미있는 것이다.

자는 엄마를 깨웠다가 할아버지를 때렸다가, 침대의 일층부터 3층까지 오르내리기를 수십번.

 

그동안 열차는 광시 장족 자치주를 지나쳐 미친듯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산과 물을 건넜다.

영원히 꽁꽁 멈추어 있을 것 같은 시간은 그렇게 흘러 다음날 15:14분, 쿤밍에 닿았다.

이젠 녀석도 조금은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쿤밍에 도착한 후, 이제 진짜 혼자 여행의 시작이다.

비록 지금은 혼자이지만 여행동안 항상 혼자가 아니길 기원했다.

여행 가운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다.

멋진 풍경도, 웅장한 유적지도 모두 좋지만

내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경험하고 싶은것은 '사람' 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이동하는게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다.

지난 5년동안 방학때마다 이런 짐을 지고 꽤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였지만

이 저질 체력은 좀처럼 향상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쿤밍 기차역 가까운 곳에 하루 70원(약 14000원)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는 쿤밍 시내와 첫인사를 나누기위해 거리로 나왔다.

 

쿤밍.

윈난성의 성도로 윈난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다. 수십종류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인류학적 보고인 윈난답게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소수민족 복장을 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대도시이기 떄문인지,내가 윈난에 오기전 머리에 그렸던 것 만큼 매력적이진 않았다.

난 정말 각각의 소수민족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대도시인 쿤밍은 이미 한족화와 도시화가 많이 진행되어 있었다.

 

짐을 풀고 거리로 나와 걸은 시간이 길진 않았지만

내가 느낀 쿤밍의 가장 큰 특징은 길거리 곳곳에 파는 먹거리들이다.

 

삮힌 두부인 초두부를 굽는 사람들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소시지며 각종 튀김을 튀기는 아주머니들,

그리고 한국의 오뎅과 거의 유사한 어묵꼬치까지.

 

사실 베이징에도 충칭과 쓰촨의 영향을 받은 마라탕이라는 한국의 오뎅과 유사한 매운 오뎅꼬치가 있는데,

쿤밍의 것처럼 맑은 국물은 아니다. 쿤밍의 어묵꼬치는외관은 한국의 것과 흡사하다.

 

그렇지만내가 저녁으로 선택한 것은 꼬치가 아닌,

쿤밍, 아니 윈난의 특색요리이자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인 궈차오미센이다.

일종의 쌀국수인데, 그 국물맛이 중국의 것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담백하다.

 

 

 

 

 

이것이 바로 윈난의 정통 궈차오미센.

 

 

 

 

 

 

 

 

쿤밍은 정리가 잘되어 있는 도시이다.

도시는 크게 복잡하지도 않고, 공원이나 광장에는 선선한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로 활기를 띈다.

쿤밍의 흰색 서탑은 사실 여행서적에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마이너한 여행지라고 할 수 있는데

서탑앞의 광장에는 저녁이 되면 춤을 배우는 사람들과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된다.

서탑 광장에서는 그냥 편히 쉬면서 사람 구경만 해도 시간이 잘 흐른다.

 

쿤밍 시내 곳곳에는 길이름을 알리는 표지판과 간단한 방향과 위치를 나타내주는 안내판이 있다.

이는 나같은 방향치 여행자에게는 아주 유용하다.

정말 크게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이러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도시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닌다.

쿤밍은 소소한 곳에서 여행자들을 잘 배려해주고 있는 곳인것 같다.

 

쿤밍과 윈난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