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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09'TheGreater Mekong

광저우, 없는것 빼고. (1)

 

귀신에 홀린 듯 신출귀몰한 광저우의 날씨.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또다시 강렬한 햇살이 고개를 내밀었어.

 

 

 

 

 

 

이런 찌는 듯한 더위엔 코코넛 열매로 갈증을 풀수도 있어.

하나에 2.5 원 (약 500원) 밖에 안하니, 부담없이 즐길수 있는 가격이야.

하지만 무게는 부담이 좀 되지...그냥 자그마한 수박을 들고 다니면서 빨대를 꽃아 빨아대는 기분?

길을 걸으며 먹기엔 사람들의 시선이 약간은 걱정 되었는데,

이 곳이 광저우란걸 기억하고선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지.

 

여기는 광저우.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다 있는 곳이라고.

 

 

 

 

 

점심은 간단하게 면으로 떼우기로 했어. 남방식의 작은 물만두와 요차이(길쭉한 푸른채소) 가 들어간 면.

면발이 가늘고 꼬들꼬들 한데다가, 국물이 아주 시원하고 담백해서 맛있게 먹었어.

 

 

 

 

 

간단히 요기를 하고 천자쓰 (陈家祠,진가사) 에 들러 잠시 광저우의 화려한 옛 건축을 감상했어.

백년이 넘은 우리나라의 서원 같은 아카데이기관인데, 그 건축이 화려하기 짝이 없어.

특히나 기와 지붕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들은 너무나 정교해.

남방 건축의 극치를 보여준달까.

 

안에는 오래된 가구들도 전시하고 있어.

 

 

 

 

 

 

그렇지만,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물만두가 들어간 면도, 천자쓰도 아냐.

오늘 내가 가장 기대하는건 바로 광저우의 재래시장.

세계 어느 곳을 여행하든 현지의 재래시장들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별로 없어.

이 '대륙' 은 그야말로 재래 시장의 결정판이지. 그 중에서도 백미는 바로 이 광저우일꺼야.

 

광저우시장.

광저우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칭핑쓰창에 온거야.

 

 

 

 

 

아까 전의 소나기 때문인지, 낡은 타일바닥은 촉촉히 젖어 있었어.

197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동안 이곳을 무대로 살아간 사람들의 애환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겠지.

왠지 모르게 오래되었지만 그냥 낡은 것은 아니란 느낌이랄까.

 

 

 

 

 

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들은 약재를 파는 곳들이야.

이것들은 약재인지는 모르겠지만, 말린 과일들을 파는 곳도 있었어.

베이징에서 자주 보던 일반적인 과일이 아니어서, 혹시 약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어.

 

 

 

 

 

 

이런 곳엔 항상 이런 귀여운 터줏대감들도 있지.

 

사람들이 지나가면 "너는 지나가라 나는 잔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도 "너는 사라 나는 잔다.."

나같은 여행자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너는 찍어라 나는 잔다.."

 

훗,귀여운 녀석.

 

 

 

 

안으로 들어갈 수록, 점차 진짜 광저우를 만날 수 있어.

각선미가 제대로야....

 

 

 

 

이 좁은 골목은, 이들에겐 오랜 생활터전이야.

모든 재래시장이 그렇지만, 그곳은 물건을 파고사는 시장이기 이전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살아있는 삶 그자체라고 생각해.

 

 

 

 

 

그래서 여행중에 재래시장을 찾으면 난 두가지를 유심히 보고,느끼려고 노력해.

하나는 그곳에서 파는 신기한 음식들, 물건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곳을 사는 사람들의 그 분위기지.

 

정말 말이나 글로는 설명이 안돼.

그냥 그 자리에 딱 서보면 알아.

사람들과 그들이있는 그 장소가 만들어내는 '분위기' 가 무엇인지, 느끼게 될꺼야.

 

 

 

 

 

이 좁은 골목들 사이 사이마다, 사람들의 삶이 살아있어.

 

 

 

 

 

절대, 광저우에 왔다면 이 곳을 놓치면 후회할꺼야.

멋진 유적지나 박물관도 물론 여행에서 중요하지만,

사실 이런 곳도 현재를 살고 있는 박물관이랄까, 살아있는 박물관이랄까, 못지 않게 중요해.

100년, 200년이 지나고 나면, 아마 여기의 광경들이 고스란히 민속박물관으로 옮겨갈지 누가 알겠어?

 

 

 

 

 

이렇게 사람들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골목을 걸으면

현재를 살고 있지만 과거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예전에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겠지...하고 말야.

 

광저우는 꽤나 오랜 역사를 지닌 상업도시이고 항구도시야.

한나라때 등장해서 당, 송나라때는 페르시아 등과의 무역 중심지였어.

그래서 이곳은 몰역사성이 짙은 대부분의 중국의 대도시와는 약간 달라.

아무리 꾸미고 발전해도 역사성은 만들어낼 수 없어.

 

 

 

 

 

안으로 발걸음을 옮길수록, 자꾸 신기한것을 마주하게 되는 곳이야. 여긴.

진흙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을 잔뜩 발라놓은 달걀, 무언가 느낌이 이상해.

아마 조금만 더 가면 끝판대장이라도 나올것 같은 이 복선적 느낌은 뭘까?

 

느낌은 틀리지 않았어. 난 더 놀라운 것을 많이 봤거든.

 

 

 

 

 

 

여기는 광저우 청평시장이야.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