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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여행의 기술

여행 중 만나는 빈티지 벽면을 이용한 멋진 사진 찍는 법


 

 

여행에서 사진이 차지 하는 비중은 아주 높다. DSLR 을 매고 사진에 조금 더 깊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물론이고, 굳이 탱크처럼 무거운

DSLR 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특히나 해외로 조금 멀리 나왔다면 이 값비싼 추억을 조금이라도 잘 기억하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 손길이

바빠질 수 밖에 없다.

에펠탑, 피라미드, 타지마할… 세계의 넓은 땅 가운데서는 사진 없이 지나치기엔 아쉬운 곳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이런 유명한 유적지나 관광지 이외에 사진 없이 지나치기 무척이나 아쉬운,

필자가 세계를 여행하면서 스스로 발견한 장소가 있으니

멋진 사진과 기억을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장소, 바로 빈티지 벽면이다.

 

빈티지 벽면이 뭐야? 하고 궁금한 분들도 많을 것이다. 사실 이런 단어는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바로 내가 직접 만든 말이니까. 앞서서도 말했지만 내가 여행하면서 스스로 발견한 것이니까. –.-;

 

빈티지 벽면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리스 메테오라>


 

필자가 이름 붙인 빈티지 벽면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그냥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의 더러운 벽면이다.

하지만, 무대가 ‘세계’ 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행이라는 길을 통해 우리와는 ‘다른’  모습의 문화 속에 들어와있으면 그들에게는 일상인 것도 우리에게는 특별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왠지 모르게 저 벽면이 멋있게 보이지 않는가?   ‘외국’ 의 느낌이 물씬 풍기지 않는가?

빈티지 벽면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외국’ 의 느낌을 잘 살리고자 한다면 그 나라의 문자가 들어가 있는 포스터나

낙서로 가득 찬 벽면이 사진의 훌륭한 배경이 되어 준다.

 

 

 

 

 

 

<이집트 알 카스르의 한 빈티지 벽면과 이것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위 사진은 빈티지 벽면과 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굳이 피라미드가 아니더라도, 이곳이 대충 외국이고 아랍권의 어느 한 국가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말해줄 수 있는 사진이다. 더구나 빈티지 벽면은 못난 모델(-,-?) 의 약점을 아주 잘 커버해주고 있을 정도이다.

 

 

 

 

 

 

 

<그리스 메테오라의 한 낡은 집의 모습과 그 앞에서 찍은 사진>

 

 

이집트와 같은 아랍권 국가에서 가장 그곳의 느낌을 잘 살려 주는 것은 무엇일까? 

터번의 콧수염을 기른 아랍인들이나 도시에 우뚝 서 초승달을 띠운 모스크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나

꼬불꼬불 아리송한 아라비아 문자다.

그리고 그리스 하면 역시나 알파, 베타, 감마…. 신기하기만 한 그리스 문자다. (수학 공식이 아니다.)

위의 사진들에게서 빈티지 벽면과 벽면 속의 문자들은 사진 속의 외국 느낌, 현장감을 제대로 살려주고 있다.

 

 

 

<스페인 세비야>

 

 

 

<이집트 알 카스르>

 

빈티지 벽면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굳이 더럽고 낡은 벽면만이 그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말하는 빈티지는 그 여행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그 여행지가 가진 일상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굳이 벽면이 아니라 담벼락, 쌓여있는 장작더미 등 사진의 배경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위의 세비야의 벽면에서 찍은 사진은 낡은 것도, 더러운 것도 아니지만 스페인의 세비야라는 도시가 가진 지중해의 느낌, 남유럽의 느낌을 잘 보여주기

때문에 훌륭한 빈티지 벽면이라 생각된다. 밑의 이집트 사진은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이집트가 가진 사막의 느낌, 모래의 느낌이 물씬 전해져 온다.

 

이제 빈티지 벽면에 대해 감이 좀 잡힐 것이라 생각된다. 빈티지 벽면을 이용할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위치인데, 여러 장

을 찍으면서 최적의 위치를 찾아내는 수고가 필요하다. 물론 사진 찍기의 기본 상식에 따라 중간은 될 수 있는 한 피하고 약간 한쪽으로 치

우쳐서 찍는 것도 좋지만 이것이 항상 최적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빈티지 벽면을 더욱 맛깔스럽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후보정의 힘을

빌릴 필요도 있다.

 

 

 

<이집트 다합의 캘리포니아 호텔의 객실 벽면>

 

위 사진은 이집트 홍해변의 도시 다합에서 묵었던 한 호텔의 벽면이다. 우연히도 이 호텔의 이름이 ‘호텔 캘리포니아’  였는데,

객실의 벽면은 이렇게 예술미가 물씬 나는 그림들로 채워져 있었다. (호텔이라곤 하지만 하루에 4달러짜리 싸구려 숙소였다.)

호텔 캘리포니아라…분명 Eagles 의 명곡과는 특별한 관련은 없겠지만, 그 이름이 주는 느낌에 취해 여행길에 동행한 나의 기타를

모델로 사진을 한 장 남겼다. Welcome to the Hotel Califonia~

빈티지 벽면은 사람에게든 사물에게든 언제나 좋은 배경이 되어 준다.

 

 

 

 

<러시아 이르쿠츠크>

 

<러시아 울란우데>

 

 

마지막 러시아 울란우데의 담벼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내가 생각하는 빈티지 벽면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사실 이때부터 빈티지 벽면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우연히 찍은 사진이 너무나 이국적이면서도 멋있는 모습으로 나와 거기에 홀딱 반해버린 것이다.

 

에펠탑이나 콜로세움 앞에서 찍는 사진들이 유명한 관광지에서 느낄 수 있는 그것만의 희열을 느끼게 해 주지만, 어찌 보면 그것은 박제된 이미지이고,

또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사진이다. 사실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곳들에서 찍는 사진들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고,

본인 역시 이것을 비판한다기 보다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당연히 에펠탑에 왔으면 에펠탑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빈티지 벽면은 조금은 특별하다. 빈티지 벽면은 박제된 것이 아닌, 살아있는 현재진행형이다. 누군가가 관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수많은 전단지와 낙서들이 더해지고 사라지면서 그 멋을 시시각각 바꾸어가고 있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 가운데 일부로 존재한다.

또 하나 이것이 특별한 이유는 빈티지 벽면은 여행 중 우연히 만나게 된다는 점에 있다. 가이드북이 말해주지도 않고, 현지 가이드가 가르쳐주지도

않는다. 그냥 낯선 어느 나라의 골목을 누비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또다시 이 도시에 올 기회가 있다 하더라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조차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보물이다. 그래서 빈티지 벽면에서의 사진은 더욱 소중하고 값지다.

 

여행 도중 일부러 빈티지 벽면만을 찾아 다닐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로 북적되는 관광지에 심신이 너무나 피곤하다면, 한번쯤 한적한 빈티지 벽면을

찾아 멋진 사진을 찍으며 만족감을 느껴보는 것도 추천해주고 싶다. 빈티지 벽면은 세계, 어느 도시든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