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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사회, 문화

전세계 30억 무슬림의 축제 라마단, 그 생생한 현장.





[명사]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







축제는 언제나 즐겁다. 

어떠한 일을 축하하기위해 너도 나도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함께 즐기는 것 만큼 사람을 신명나게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전세계 3대 축제로
손꼽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니발, 독일 뮌헨의 옥토버 페스트,

일본 삿뽀로의 눈축제까지 세계의 이름있는 축제들은 언제나 즐겁고 떠들석하다.


이렇게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축제를 제외하고도 이 세상에는 많은 축제들이 있다. 



서구의 영향탓인지, 이제 '하이서울 페스티벌' 이나 '보령 머드 축제' 등의
근사한 이름이 붙지 않으면 이것이

축제라고 불러도 될 만한 것인지 긴가민가한 것이 현실이지만, 여전히 우리의 고유 명절인 추석이나 설날 등도

축제의 범주에
들어가기는 충분하다. 이렇게 그 범주를 더 넓혀본다면 크리스마스나 초파일 역시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즐길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겠지만, 전세계 30억이 지키는 축제 기간이 있으니

바로 이슬람 문화권의 '라마단' 이다.














라마단 [Ramadan] .


이슬람력의 9월을 가리키는 아랍어로 '더운 달'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들은 그저 해가 뜬 시간동안 금식하는 정도로 밖에 이것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그들에게는 이것보다 수백배, 수천배는 더 귀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라마단은 음력으로 보통 날짜가 매년 조금씩 이동하며 올해는 대략 8월 12일~ 9월
10일 약 한달간의 기간이다.

라마단 기간중 금식을 하는 시간은 보통 해가 뜬 직후부터 해가 지기 전까지인데, 

구체적인 시간은 나라와 지역별로 약간씩의 차이가
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경우에는 쿠알라룸푸르와

코타키나발루 등 지역에 따라 라마단 기도시간과 금식 시간이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고 하는데, 

신문에는
그 시간들에 대한 안내도 항상 함께 나와있을 정도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머무는 동안 라마단 기간을 맞게 되었다.

매일 아침을 먹던 동네의 식당이 어느날 아침에 문을 열지 않은 것
을 보고 라마단 기간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광경을 좀 더 피부로 느껴보겠다 다짐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캄퐁 바루(KAMPUNG BARU) .


내가 '진짜' 쿠알라룸푸르라고 일컫는 이곳은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인 KLCC 트윈타워에서 지하철 역으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이다. 하지만 이 곳이 보여주는
그림은 KLCC의 그것과는 180도 확연히 다른데,

이곳은 KL의 올드시티라 할 수 있을 만큼 동남아풍의 작은 목조 건물들과 KL에서 가장 활기차고도 큰 규모의

길거리 야시장이 들어서는 곳이다. KLCC가 풍기는 도시적이고 발전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데,

나는 진짜 라마단을 느끼기 위해 아무 정보도 없이 무작정 이곳
캄퐁바루로 왔다.

이곳 저곳을 마음껏 휘젓고 다니다 문득 아지 해도 지지 않은 밝은 하늘에서 초승달과 별을 보았다.

모스크다.





무작정 모스크 지붕의 달과 별을 쫒아 걸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시끌벅적한 기운이 멀리서부터 전해져 온다.

무엇일까? 역시 라마단이라 사원에서는 커다란
종교행사라도 있는 것일까?  조금 걷다보니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이상한 것은 이들이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 줄은 정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게 이어져 있었다.

과연 이 줄은 어디에서, 왜 시작된 것일까?

나는 한여름의 쿠알라룸푸르의 햇살을 맞으며
그 시작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BUBUR LAMBOK .


그냥 해가 뜬 시간동안 금식을 하고 해가 진 시간동안 식사를 하는 것으로 라마단을 지키는 일이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
동안 비록 식사가 허락된 해가 진 시간에도

최소한의 식사만을 하며 경건하게 하루를 살아가는데,

이 기간을 대표하는 음식이 바로 BUBUR
LAMBOK 이라 불리는 죽이다.

그리고 라마단의 금식 시간이 끝나는 17:00 시, 쿠알라룸푸르 캄퐁바루에 위치한 한 모스크에서는

이 BUBUR
LAMBOK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죽을 받기 위해 이렇게도 길게 사람들이 늘어선 것이다.

시계는 점점 5시를 향해
달려가고,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초조함과 기대감, 그리고 조금의 지루함과 긴장감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길고 길었던 라마단 기간의 하루가
이렇게 끝나려 하고 있다.




















시계가 5시를 가리키기 전, 그 10분간의 긴장감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 보는 것은 죽을 받기 위해 줄을 이룬
무슬림들만이 아니다.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이 모든 것이 신기한 나같은 이방인 말고도 구경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다.

물론 이
들에게 이 광경이 나처럼 신기하지는 않을테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줄로 늘어선 광경을 지켜보는 것은 익숙한 사람에게나 아닌 사람에게나 흥
미로운 것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카메라를 메고 끊임없이 셔터를 눌러대자 옆에 있던 사람들은 웃으며 친절하게도 가까이가서 구경하라며

나의 등
을 떠밀어 주었다.











































































































5시.


이윽고 시계가 그 시간을 가리키자 드디어 이 거대한 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랜 기다림끝에 조용함이 분주함으로 바뀌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오랜 기다림끝에 자기몫의 죽을 받아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즐겁다. 그들의 표정만 봐도 너무나 즐겁다. 너도나도 감사한 표정으로

 
죽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서는데, 그 발걸음이 그렇게 가볍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 거대한 줄이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무슬림이 아니지만, 눈 앞에 펼쳐지는 이 상상이상의 광경앞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감출 길이 없었다.

'경이' 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

 
피라미드와 콜로세움을 보았을 때 느꼈던 '경이' 와는 또 다른 느낌의 '경이' 다.

나는 비록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이들의 신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모든 사람들을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게 하고, 이 한 시간에 모두 이 한 자리로 모이게 했으니 말이다.

말레이시아는 이렇게 살
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