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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사회, 문화

신이 허락한 음식, 할랄(HALAL).







말레이시아에 오기 이전에도 이슬라믹 월드는 이미 꽤나 접해 본 경험이 있었다.
 
UAE의 상징 두바이, 카타르 도하,
그리고 이집트와 요르단까지

이슬람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중동(MIDDLE EAST) 지역에서

이슬람이라는 것에 대해
제대로 경험해 볼 기회가 일찍이 나에겐 있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좀 더 다르다.



이곳은 서남아시아가 아닌 동남아시아이지만 이슬람을 국교로 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는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 전체가 이슬람의 질서하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제를 쥐고 흔드는 것은 중국계 화교들이며, 이들은 거의 전체 인구의
30%에 이른다.

그리고 그밖의 인도,
인도네시아, 다른 중동 지역과 미국 등에서 날아온 백인들까지

그야말로 말레이시아는 인종의 전시장이며 어느 하나의 
정체성
으로 규정짓기에는 아주 애매모호한 곳이다.

역설의 역설을 다시 하자면,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이
슬람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30%대의 낮은 득표율
로 당선되어도 보통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듯이,

그래도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은 아직도 이슬람이다.

















언제나 이슬라믹 월드에 와서 하게 되는 착각 중 하나는 거리에 있는 맥도날드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는 것이다.

어? 여기 이슬람 국가 아니었어?
여기 대체 맥도날드가 있어도 되는거야?

그러나 이런 생각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이내 깨닫게 된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이 먹어선 안되는 것은 
햄버거가 아니라 돼지고기다.

그리고 햄버거의 패티는 대부분 소고기이거나 닭고기다.

실제로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는 무슬림들에게 닭고기는 가장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고기반찬이다.

























말레이시아에 맥도날드, KFC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가끔가다 이처럼 로컬 브랜드 패스트푸드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KFC처럼 닭고기만을 파는 패스트푸드점인데, 치킨과 각종 치킨 버거 그리고 볶음밥 종류까지 함께 팔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패스트푸드점에 히잡을 둘러쓴 여성들이 줄 서 있다고 해서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


그건 진짜 편견이다.















 



MARRY BROWN 이라는 이름의 이 햄버거 가게는 말레이시아 전역에 퍼져있다.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듯 한데, 말레이시아의 젊은이들은 이 패스트푸드점을
줄여서 MB 라고 부른다. 

가격은 맥도날드와 비교해서 약간 싼 편이며, 맛은 약간 못한 편이니 나름 한번쯤 먹어볼 만 하다.














햄버거를 다 먹고 나오는 길에 이 가게 유리창에 붙어있는 포스터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멕시칸 음식들도 팔기 시작한다는 광고 포스터였는데,

포스터 한쪽 구석에 찍힌 작은 마크하나가 다시 시선을 사로 잡는다.












 할랄(HALAL).


이것이 무슬림들이 먹는 음식의 핵심이다.


무슬림들은 어떤 경우에서도 돼지고기를 먹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돼지고기를 제외하더라도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바로 이 할랄 마크가 붙어있는 음식만을 먹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할랄이란 아랍어로 '허용되는 것' 의 의미다.

할랄의 마크가 붙어 있다는 것은 일단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인증하는 것이며,

또한 모든 고기, 재료등은 종교적 정차에 따라 도살되었음을
인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할랄 마크는 고기와 식당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모든 음식들에 다 찍혀있다.


말레이시아의 대형 마트나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가더라도 이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캔커피 하나, 음료수 하나를 사더라도 모두 할랄 마크가 찍혀있다.


할랄 마크가 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엄격한 절차를 거쳐 할랄 마크를 얻은 식품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몸에 좋은 웰빙 식품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각종 지방과 이슬람에서 금기시하는 재료들을 최소화 하였기 때문에 이 마크를 보고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계 식당이나 웨스턴 레스토랑들은 이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돼지고기를 맛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신이 허락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

썩 기분 나쁜 일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