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중국 베이징에 머물면서, 이곳이 정말 상상하기 힘든 빠른 변화와 발전의 소용돌이 속에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베이징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하늘을 찌르는 높은 빌딩들과 아파트들이 새로이 생겨나고 있는데, 아주 간간히 나 같
은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만한 특이한 외형을 가진 건물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2009년 베이징 올림픽 때 생겨난 건물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 새의 둥지를 형상화한 주경기장 냐오차오나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 소식을 들려주었던 푸른빛의 워터큐브 등은 건축에는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왠지 멋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리고,
지난 일년간 베이징에서 가장 많이 본 특이한 건축물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중국중앙방송국인 CCTV 의 신사옥이다,
무언가 SF 영화속의 로봇 괴물 같기도 하고, 거대한 말굽자석의 모양 같기도 한 이녀석은 중국에 온지 얼마 안되어 만날 수 있었
다. 내가 애용하던 베이징의 BRT (쾌속버스- 서울의 버스처럼 중앙차로로 달린다) 2호선의 종착점이 조양문이었는데,
2호선 지하철 역이 이곳에 있어 환승을 위해 자주 들르곤 했다. 조양문에 도착하기 몇 정거장이 남지 않았을 때 이 버스는 좌회전을
크게 한번 하는데, 그 때 바로 이 거대한 건물을 볼 수 있다.
처음 보았을 때 그 기이한 형상과 더불어 주위에 다른 배경들과 대비되기 때문에 결코 이것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주말이나 한가한 시간에 시내로 나갈 일이 있으면 이 건물을 항상 스쳐지나가곤 하게 되었는데 어느날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접하게 되었다. 이 CCTV의 신사옥을 지은 세계적인 건축가 램쿨하스가 이 건물을 설계할 때 '남녀생식기 숭배 토템의식을
반영하였다' 고 말을 해 중국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중국인들은 나름 이 독특한 건축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건물에 그런 모욕적인 의미를 내포한 건축가. 과연 우리가 같은 처지였다면 용서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기사를 접하고 나는 조금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는데, 그토록 자주 보면서도 나는 그런 느낌을 한번도 받지 못했기 때문
이다. 아무리 내포한 것이라도, 조금도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니....내가 둔감한 것인가;;
램쿨하스의 말에 따르면 본관 건물 (사진) 은 쭈그려앉은 여성의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고, 본관 부속건물은 곧게 뻗은 남성
의 성기를 상징화 한 것이라 했다.
저기 저 중간에 보이는 것이 부속건물이다. 이 부속건물 또한 재미있는 이야기꺼리가 많은데,작년 설에 불꽃놀이를 하다 이 부속
건물에 불이 붙어서 건물 하나를 홀라당 태워 먹었다. 천문학적 돈을 들여 새로지은 국여 방송국 건물이 지어진지 몇달만에 홀라당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것도 명절 불꽃놀이를 하다.....-.-;;;
지금은 흉물스러운 모습 그대로 우두커니 서 있는데, 이 모습이 SF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폐허가 된 우주정거장과 흡사하달까...
참고로, 중국인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바에 따르면 이 화재 사건으로 관련책임자가 '사형' 을 당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이 건물들이 사람(엄밀히 말하면 사람 신체의 일부분)을 닳았다고 하니, 문득 예전 체코를 여행할 때 우연히 프라하에서 봤던
건물 하나가 떠올랐다.
프라하에서 만났던 프랭크 게리의 '댄싱빌딩' . 두개의 건물이 마치 춤을 추고 있는 모양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 정도는 되어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프라하의 오래된 시가지의 한 코너 귀퉁이에 있었던 이 건물. 현대 건축이라지만 이미 꽤나 세월의 흔적을
가지고 있었다.
문득, 한국에는 사람의 형상을 한 건물이 없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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