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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China Story

베이징 수도공항, 1시간 비행에 기내식 4번 먹은 사연.









<베이징 수도공항의 수속을 마치고 국제선 탑승구로 향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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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탈 중국국제항공의 게이트는 E26번.>








<게이트까지 데려다 줄 열차가 도착했다. 베이징 수도공항은 규모가 규모인 만큼 열차에 올라타서도 몇분이나 달린 후 게이트에 도착한다.>









<이젠 베이징과도 안녕이구나. 이미그레이션 창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권에 도장이 빵 찍히면, 곧 나는 다시 한국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면세점이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내가 탈 곳은 E26번. 아직 여유가 있으니 면세점을 조금 둘러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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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0일. 새벽 4시 30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베이징에서의 마지막 날. 11개월의 공부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 8시 45분

베이징을 출발하는 중국국제항공의 CA123 편에 몸을 싣고 나면 곧 나는 다시 한국을 밟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샤워를 하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기숙사

로비로 내려오니 5시 50분. 나를 공항까지 배웅해주겠다고 한 일본인 친구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새벽이라 도로는 시원하게 뚫려있었고, 거의 20분만에 공항에 도착을 했다. 간단하게 버거킹에서 허기를 달래고, 일본인 친구와는 꼭 한국에서 다시 볼

것을 기약하며 출발 1시간 전인 7시 30분쯤 모든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과 게이트가 있는 탑승구쪽으로 이동을 했다. 가난한 유학생의 신분인지라 많은

선물을 준비하진 못하겠지만, 면세점에 들러 한국으로 돌아가면 친구들과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술 한병 정도를 구입했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어느새 8시 20분이 다 되어간다. 서둘러 종종 걸음으로 E26번 게이트로 왔다. 출발시간이 거의 20분도 채 남지 않았으니 아마 탑승이

시작되었겠지? 서둘러야 겠다.








<위에서 네번째, CA123 편이 내가 탈 비행기다. 8시 45분 인천행, E26번 게이트.>






<저기 보이는 저 비행기다. 에어차이나는 처음이라 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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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무언가가 이상했다. 시계는 이미 8시 20분을 지나 30분을 향해 가고 있는데, 사람들은 요지부동이었고 게이트도 열릴 생각을 않은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혹시 오늘 날씨가 너무 추운 탓일까?

아니면 이전에 내린 눈이 얼음으로 얼어버려 상황이 좋지 않게 된 것일까?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도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왠지 모르게 갑자기 불길한 기운과 함께 걱정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출발시간이 조금 늦어질 것 같다. 









<갑자기 어디선가 사람들이 손에 무언가를 받아오기 시작했다.>









<간단한 도시락이다. 아마 비행기가 연착되는 것이 사실로 다가온 모양이다.>








<에어차이나에서 연착으로 제공한 도시락. 간단한 빵과 계란 한조각, 우유가 들어있다. 아마 국내선 단거리용 기내식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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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출발시간은 늦추어졌고, 항공사에서는 무료로 연착에 따른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빵 두조각과 계란 하나, 우유

한팩이들어있었는데, 정식 식사는 아니고 아마 짧은 비행거리에 제공되는 식사정도인 듯 했다. 이미 탑승구로 오기 전 햄버거로 요기를 한 터라 그냥

입에 대는 둥 마는 둥 하며 복잡해진 머리속을 정리하려 애를 썼다. 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은 의외로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반대로 밥이 아닌 간단한 빵과 우유를 제공하는 것은 곧 출발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일까?

곧 결론은 났다. 출발 시간표에 CA123 편의 출발시간이 8:45분에서 10:00 시로 바뀌어 나타난 것이다. 1시간 15분이 연착되는 것이다. 그리고 연착의

이유가 이곳 베이징의 문제가 아닌 서울, 인천공항의 악천후와 짙은 안개 때문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CA123편의 출발시간은 어느새 10시로 바뀌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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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가 변경되었다. E26번에서 E16번으로. 그리고 시간도 다시 딜레이되었다. 13시로.>











<변경된 게이트를 향해 CA123 편 승객들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다시 눈을 씻고 봐도 13:00 라는 숫자는 너무나 선명했다. 4시간 이상 딜레이가 확정이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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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지..? 정말 그런거지?

믿고 싶지 않았다. CA123편 항공기는 여전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고, 출발을 기다리던 우리들에게 들려 온 것은 출발 게이트를 변경한다는 내용

의 안내방송이었다. 그렇게 수백명의 승객들은 기다림에 지쳐있다 짐을 싸들고 다시 새로운 게이트를 향해 대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이것은 승객들에게 더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고 있었다. 게이트를 변경했으니 곧 출발할거야, 이제 아무 문제 없겠지, 기다림의 시간은
 
사람들을 그렇게 단순하게 만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게이트 변경에 모두들 입으로는 불평을 하면서도 마음속은 아마 조금 들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변경된 게이트에 도착을 하고 난 후 이러한 희망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츨발 시각표에 13:00 시라는 새로운 시각이 떡하니 찍혀 있었기 때문

이다. 시각표에 뜬 이상 최소한 이 시간전에 출발할 일은 더이상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제 막 10시가 넘은 상황. 출발까지는 3시간이나 더 남았고, 이로써

비행기는 4시간 이상 연착이 확정된 것이다. 나는 새벽 6시쯤 공항에 도착했으니 7시간을 꼬박 공항에서 기다려야 할 판이다. 물론 다른 승객들의 상황도

나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짜증과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가장 힘든것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차라리 쌓인 눈때문에 출발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낫다. 다 치우면 바로 출발할테니까.>










<인민해방군의 도움으로 출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인천의 악천후가 원인인 이상 기다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기다림의 시간, 이 시간과의 싸움. 퍼즐문제의 힘을 한번 빌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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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식사가 제공되었다. 기외에서 먹는 두번째 기내식이다.>










<두번째 식사는 진짜 밥이다. 밥과 청경채, 생선까스와 고기완자, 옥수수와 완두콩 샐러드가 제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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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시간 이상을 공항에서 보낸 승객들은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12시가 다 될 무렵, 또다시 무료로 기내식이 기외에서 제공되었다. 이번엔 밥과

고기반찬을 포함한 정식 식사였다. 기외에서 먹는 두번째 기내식이다. 당장에 허기를 채워 좋은것도 잠시, 밥을 먹고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두려움이 이제 더 크게 다가온다. 8시 45분에 비행기를 탔으면 이미 벌써 서울에 도착하여 집까지 가고도 남았을 시간. 아침부터 공항에 나와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이 걱정되어 전화를 드렸다. 1시에 출발한다고 하지만 밥까지 제공되었고 더 딜레이가 될 가망이 있는 것 같으니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라고
 
말씀드렸지만, 아직 조금 더 기다려보겠다 고 하셨다. 다른 사람들도 식사를 마치고 이곳저곳 전화를 하느라 분주하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자, 모두의 희망을 한번에 날려버리는 14:30 분이라는 출발시간이 새롭게 등장했다..









 

<또 다시 새로운 시간이 떳다. 14:30 분. 앞에 보이는 원래 시간이 무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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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의 싸움은 지루하고도 힘들다. 사람들은 하나둘 지쳐갔다.>










<과연 이곳을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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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 분이라는 새로운 딜레이 타임이 발표되자 사람들은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제 오늘 안으로 비행기가 뜨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

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몇몇 소수의 사람들은 미리 포기하고 공항을 떠나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체념한 듯 깊은 잠을 청해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은 듯 했다. 단기간에 해결될 상황은 이미 아니라는 것을 받아드링고 하나둘 앉을 자리가 아닌 누울 자리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시 14시 30분이 되었지만 게이트는 열리지 않았고, 한시간 뒤인 15시 30분, 드디어 큰 사건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15시 30분, 탑승구 데스크 앞으로 몰려든 사람들.>










<한 조선족 아줌마의 소리를 시발탄으로 결국 승객들은 봉기(?)를 일으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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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 30분. 출발시간으로부터 딜레이가 된 지 약 7시간. 한 중국인 아줌마가 탑승구 데스크앞에서 별안간 큰 소리를 지르며 데스크의 승무원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 아줌마가 항의하는 것을 자세히 들어보니 주 된 내용은 지금까지 우리를 7시간이나 여기에 가두어 두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항공사에대한 항의였다. 3시간이 지났을 때 최소한 어린이와 노약자들은 vip 라운지 등의 휴식 공간을 제공해 쉬게 해 주어야 하고,

또 지금 7시간이나 흘렀으면 책임자가 얼굴이라도 비추며 상황설명이나 사과의 말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알고보니 이 아줌마는 조선족이었는데, 결국 중국인 승무원과 한바탕 싸운 후 한국말로 그 자리에 있던 한국인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호텔을 제공

하든지, 항공 탑승을 무료로 시켜주고 시간과 불편에 대한 보상을 하든지 하라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우리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승객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인들을 선동하기 시작했고, 중국의 정서와 이러한 상황에 익숙하지 않고 또 이미 많이 지쳐있었던 한국인들은 쉽게 선동에 가담하게 되었다.

나는 그런 일에는 관심이 없었고, 중국의 상황과 환경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었고 다른 여행 경험을 통해 이런 일들을 겪어 봤던터라 잠자코 있었지만,

중국을 처음 찾은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은 선동되어 항공사 사무실로 쳐들어가 농성을 벌이겠다고 사라졌으니, 수는 어림잡아 최소 백명 이상은 되었다.

한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그 무리들은 돌아왔고, 그 무리들이 돌아올 쯤 세번째 기외식이 나왔다. 엄밀히 말하면 기외에서 먹는 세번째 기내식이다.

이미 공항에서 보낸 시간은 10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두번째 먹었던 것과 거의 흡사하다. 옥수수 샐러드 대신 쿠과라는 쓴맛을 내는 야채가 들어있는 것만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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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을 중심으로 대책 회의에 돌입했다. 과연 우리는 이곳에서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모든 일에 총대를 맨 이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단체행동! 요구조건이 관철될때까지 우리는 절대 비행기를 타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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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아까전 항공사 사무실로 찾아가 항의와 농성을 벌였던 무리들 중 리더를 맡은 아저씨가 나와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항공사에 요구한 조건은 크게 세가지인데

첫째, 딜레이 된 시간과 수고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할 것

둘째, 쉴 수 있는 라운지를 당장 제공할 것

셋째, 한국에 늦게 도착하게 되면 이미 공공교통이 끊기고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숙소가 없으므로 교통편과 숙소를 제공할 것


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모두 단체행동을 할 것을 당부하며, 또 이후 저녁에 딜레이 된 비행기가 출발하게 되더라도

절대 비행기위에 올라타지 말 것을 당부했다. 비행기에 타고 나서도 지금까지 딜레이 된 상황에 미루어 보아 승객들을 태운 채 몇시간이고 시간을 더 끌

상황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미 타고 난 뒤에는 보상에 대한 것들도 흐지부지 될 가망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까지

협조를 부탁하며 영어와 중국어가 가능한 사람들을 모아 3개국어 번역으로 다시한번 설명을 하는 듯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동 트기 전 도착했던 공항에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난 절대 베이징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17시쯤이 되어, 다시 시각표에 CA123 항공편의 출발시각은 18:30분으로 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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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차 승객의 난이 일어났다.









<여느때보다 격렬했던 3차 승객의 난>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상황은 매우 급박했다.>








17시가 지나면서 상황은 아주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첫번째 요인은 바로 13:30분의 같은 항공사 항공기인 CA125 편의 캔슬이었는데, 오후 1시반의

비행기는 몇시간만에 캔슬이라는 결정을 내린데 반해 그보다 5시간이나 일찍 온 CA123 편의 승객에게는 딜레이 타임만 계속 변경해서 공지할 뿐 아무런

조치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상대적으로 방치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CA123편의 승객들은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또한 다른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남방항공의 비행기들은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모두 한국을 향해 이미 떠난 상태.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해졌다.


그리고 두번째로 승객들을 패닉상태로 몰아넣은 사실 하나는 지금 이곳 탑승구에 CA123편 승객 이외에 이미 캔슬된 CA125편의 승객들도 열명가량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125 편이 캔슬되기 전 탑승구로 왔던 승객 중 일부가 캔슬 상황을 모르고 남아있었고, 이 승객들은 막무가내로 무조건

이 비행기를 타겠다고 버티기 시작했다. 결국 이것은 초유의 비행기 입석 사태를 몰고 올 수 있는 상황이 것이다.










<현재시각 18시 52분. 자신을 파일럿이라 소개한 한 서양인 승객에 의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불을 지른 결정적인 사건은 한 서양인 승객의 말이었는데, 자신역시 파일럿인데 비행시 가시거리가 얼마 이상이면 비행에 문제가

없는데 자신이 알기로는 지금은 충분히 비행을 할 수 있는 상태이며 한시간 후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몇몇 한국인들에

의해 이 사실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사람들은 걷잡을 수 없는 흥분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는 분명 잘못된 정보일

것이다. 그 서양인은 아무리 잘 봐줘도 파일럿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으며, 너무 어렸다. 파일럿이라고 한 것은 그냥 아마 비행기를 좀 알거나,

경비행기를 몇번 몰아봤거나, 아니면 이쪽으로 관심이 있는 블로거 정도였을 것이다. 물론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흥분 상태에 있던

사람들은 너무 쉽게 그에 의해 선동되고 말았다.



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승객 연합의 수뇌부는 베이징에 있는 한국 기자들과 대사관에 연락해 대사관 직원까지 불렀다. 그러나 지금 항공사 직원들이

게이트를 저지하고 있어 기자와 대사관 직원들이 승객들이 있는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까지 흘러 들어왔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두려움과 분노가 만들어 낸 거짓인지 난 잘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곳 승객의 99%가 이런 것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며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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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건은 의외로 싱겁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20시가 넘어가자, 드디어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출발 예정시간은 20시 30분. 게이트가 마침내 활짝 열렸다. 사람들은 들어가야 할지 이곳에서 버텨야 할지 고민하며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때 한 조선족 아주머니 무리들이 중국인들과 중국말을 주고 받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들어보니 어차피 중국에서 이런 일로 환불이나 보상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며, 우리가 타지 않아도 분명 비행기는 제 시간에 이륙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물론 나도 그 사실에는 백분 동감했다.

내가 아는 중국도 그런 것이니까. 이 사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중국에 처음 여행와본 한국인 아저씨, 아줌마들이며, 아마도 이분들은 한국의 정서와
 
경험을 가지고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보상을 받으면 좋지만 그 많아봤자 몇십만원인 돈을 받자고 마지막 비행기를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당신들은 4박5일 여행하고 한국 돌아가는 일정이 하루 늦춰지는 것이라 그렇게 쉽게 이야기 할 지 모르지만,

1년, 혹시 나보다 더 오래 한국을 떠나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더구나, 중국의 정서와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면 그들이 지금 벌이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무모하고 소모적인 것인지 알 것이다.



결국, 서양인들과 나를 비롯한 몇몇 여행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비행기에 올랐다.







<처음 탄 비행기에는 서양인들과 중국인들 외에는 다른 승객들은 거의 없었다.>











<드디어! 4번째 기내식은 기내에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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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행기가 출발할 때 쯤이 되자 좌석은 하나둘씩 차기 시작했고, 승객의 난을 주동했던 아저씨와 모든 사람들이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결국 중국을

상대로 이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CA125편의 승객 몇몇이 탑승을 하여 자리가 없어 입석으로 한국으로 가게 되었다,


비행기는 예상외로 빨리 한국에 도착했다.

거의 한시간만에 왔는데, 보통 서울과 베이징이 1시간 30분이 걸리는 것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과속을 했나보다.

어쨌든 우여곡절끝에 23시가 되기 전에 한국, 서울에 도착했다.









<대한민국. 얼마만에 다시보는 이름인가!>






비행기가 착륙하고 나서, 승객의 난 지도자가 다시 승객들을 향해 소리쳤다.

"여러분, 절대 내리시면 안됩니다.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줍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이미 힘을 다 잃은 상태다. 아마 저분은 지금 죽을 맛일 것이다. 이제와서 그만 두자니 쪽팔리고, 그렇다고 계속 하자니 이미 정세는

기운것 같고..몇몇 사람들의 호응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나에겐 보상같은 것보다 그리운 집과 하루종일 기다리다 집으로

돌아가신 부모님 얼굴을 보는 일이 훨씬 중요했다.


그 후에 비행기에 남았던 무리들이 끝까지 비행기 좌석을 사수했는지, 그래서 결국 보상과 합의를 이끌어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베이징에서의 마지막 날은 내 평생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공항에서 억류(?) 되었던 14시간의 시간. 그리고 기외에서 먹은 세번의 기내식.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몸은 힘들었지만, 또 하나 잊지못할 추억이 늘은 것 같아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베이징이 나를 떠나보내기가 무척이나 아쉬웠나보다.

솔직히 나도 너무 아쉬웠다.

베이징을 한번 떠나기가 이렇게 힘들다면, 다음번에 오게 된다면 이곳에 더 길게 눌러앉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조만간 다시 보게 될 날을 그리며, 이렇게 잠시 베이징을 떠난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