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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09'TheGreater Mekong

라오스인들이 망자를 기억하는 방법.





메콩의 빛나는 루앙프라방.
이 매력적이고 작은 마을을 아침일찍 일어나 돌아다녀보면, 아무 이유없이 즐겁다.

맑은 공기로 가득찬 푸른 하늘아래 느긋함을 만끽하면 내가 신선인지 신선이 나인지 헛갈릴 정도다.


루앙프라방에는 수많은 불교 사원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는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몇몇 곳들도 있지만

가이드북에조차 언급하지 않는 그냥 '동네사원' 들도 많다.

물론 이 동네 사원들에도 붉은 승려복을 입은 승려들이 경건하게 아침을 맞고

정성을 다해 부처님을 모시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이른 아침 루앙프라방 시내의 한 동네 사원에 들렀다.









라오스 아주머니 한분이 아침부터 법당을 청소하느라 분주했다.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 현대식 외관을 가진 법당의 벽에는


이런저런 부처님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빨랫감으로 내어놓은 듯한 주황색 승려복도 보였다.


동네 사원은 그냥 동네 사원일 뿐이구나. 특별한 무언가는 없지만 그저 평화롭고 느긋한, 그런 느낌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사원을 나서려다 문득 사원 한 구석에 있는 탑들이 눈에 들어왔다.

탑이라고 하기엔 조금 작아보이기도 하는데, 왜 이런 사원의 가장 구석진 곳에 이런것들이 놓여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안고 조금 더 다가가본다.















자세히 보니 이것은 그냥 탑이 아니라 납골당이다. 탑의 정중앙에는 망자의 사진이 걸려 있다. 후에 라오스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사람들이 사원에 시주를 하고 납골당을 얻어 망자를 사원에 모시게 된다고 한다.

이 후에도 사원들을 방문할때마다 이런 납골당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루앙프라방의 동네 사원에 있던 납골당의 주인들은 모르긴 몰라도 꽤나 쓸쓸할 것 같다.

찾아오는 사람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되었는지, 사진은 이미 빛이 바
라 얼굴의 형체조차 희미해졌고,

주위의 잡초나 이끼들도 무성하게 낀 상태였다. 과연 이들은 다음 생애에는 더 멋진 모습으로 윤회하게 되었을까?



모든 라오스인들은 불교를 믿고, 또 죽어서도 다시 그들의 품으로 돌아간다.

망자를 사원에 모시는 것은 모든 라오스인들의 바람이다.
그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방식대로 망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사원의 다른 뜰에는 부처님의 불상이 놓여져 있다.

그옆으로 어린 승려가 아침식사를 준비하여 나르느라 분주히 왔다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라오스의 불상들은 안이나 밖이나 가리지 않는다. 언제, 어느곳에서나 존재하고 있는데,

한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산에 조각되어
있는 불상들을 제외하고(팔공산의 갓바위 등이랄지) ,

노천에서 부처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기억은 한국에서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반면 라오스에서는 법당 안이든 밖이든 곳곳에 불상이 있다.

노천에 있는 불상들은 비에 대비해 대부분은 우산을 쓰고 있거나 지붕등으로 보호된다.



이렇게 현세에서 부처님을 극진히 모셔온 사람들은 아마 다시 부처님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라오스사람들은 어쩌면 죽어서 남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영원히 남아있기보다는

부처님의 보살핌 속으로 돌아가는 것을 더욱 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