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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09'TheGreater Mekong

쌈밥을 떠올리게 하는 라오스 국민음식, 랍(Rap)

 

 

 

 

 

 

중국 윈난에서 국경을 거쳐 라오슬의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버스는 루앙남타의 한 길거리에 잠시 정차를 한다. 아마 이때쯤이면 시계의 바늘은 오전 11시

에서 정오 사이를 가리키고 있을 터. 버스는 점심 식사를 위해 멈추어 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스와 커낵션이 되어 있는 근처의 중국 식당으로 향

한다. 사실 이 한가한 마을의 길거리에는 그다지 많은 선택이 있지는 않지만 , 그렇다고 굳이 그 행렬에 함께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은, 특히나 라

오스가 처음 밟아보는 낯선 땅이라면, 더구나 혼자 여행을 하고 있다면 십중팔구는 그 행렬에 동참하게 된다. 나 역시 그럴 뻔 했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친구들. 6명의 일행은 모두 중국 광저우 사범대학교에서 유학 중인 학생이다. 4명은 라오스인이고, 나머지 둘은 인도네

시아 인. 가장 왼쪽에 빨간 옷을 입은 롱이라는 친구의 집이 바로 루앙프라방인데, 이 절친한 5명의 친구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이

들은 방학기간 중 한달가량을 롱의 집에서 머물며 라오스를 여행 할 계획. 중국어를 배운지 2년이 넘은 이들의 중국어는 매우 유창했다.

이 친구들은 역시나 토박이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중국 식당으로 들어갈 때 이들은 맞은 편의 라오스 식당을 택했고, 나 역시 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중국 식당이 아닌지라 중국어 메뉴판도 없었고, 영어 메뉴판은 더더욱 없었다. 무엇이 맛있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 등등의

조사끝에 나는 간단히 볶음면 하나를 주문했다. (사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기에 혹시나 올지도 모를 대장의 신호(?) 가 겁이 나기도 했다..)

 

 

 

 

 

 

 

아마 8000kp 이었던 것 같다. 고맙게도 이들이 점심을 쏘기로 했기에 정확한 가격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맛은 정말, 정말로 훌륭했다. 계란, 고기 , 야채

등과 함께 볶은면은 마치 부드러운 칼국수 같은데, 간도 알맞고 아주 일품이었다.

 

그러나, 이 볶음면보다 나의 눈과 입을 사로잡은 음식은 이 친구들이 주문한 랍(Rap) 이라는 음식이다.

랍은 다진 고기를 양파, 고추, 버질 등의 야채와 함께 볶은 요리다.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주 재료로 하며, 특유의 향이 있는데 비록 익숙하

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거부감을 느낄 정도도 아니다. 랍은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저렴하고 맛 있는 라오스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국민음식이다. 이

라오스 친구들도 주문을 한 후 음식이 오기 전부터 라오스에서는 이것을 꼭 먹어봐야 한다며 끊임없이 자랑을 할 정도였으니까.

 

 

 

 

 

 


이것이 바로 랍이다. 고기와 각종 야채, 그리고 풋고추가 보인다. 딱 봐도 매울 것 같이 생긴 고추. 하지만 나는 한국인이다. 이미 수만개(?) 나 먹어온 풋

고추다.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라오스의 대부분의 식당에는 식탁 위에 간장 등의 소스와 함께 이 검은 것도 놓여 있다. 라오스 친구들이 랍에 꽂혀있던 풋고추를 하나 뽑아들고

이것을 살짝 찍는데, 바로 느낌이 왔다. 이건 된장 아니면 쌈장이다.

아직도 난 이 장의 진짜 라오스 이름은 모른다. (롱에게 물어보고 답을 얻었으나 결국 까먹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먹는 된장, 쌈장과 크게 다

르지 않은 맛을 낸다는 것이다.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이 후에도 이 라오스 된장은 언제나 함께 하게 되었다. 라오스의 어떠한 허름한 쌀국수 집이라도 야

채와 풋고추를 함께 내어주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 야채들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이 라오스 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문한 랍이 오고 나서 나무 밥통에 찹쌀밥이  가득 담겨져 나왔다. 얼핏 보기로는 쌀밥이라고 생각했지만, 찰지고 말랑말랑한 것이 찹쌀이다.

그렇게 찹쌀밥이 오고 나자 라오스 친구들은 이제 다 나왔구나 하는 표정과 함께 식사 시범을 보이기 시작했다. 라오스의 국민음식인 랍은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 

 

먼저 찰쌀밥통에서 손으로 밥을 조금 땐다. 그리고는 손으로 밥의 중앙 부분을 조금씩 눌러 평평하면서도 넓게 편다.

그리고는 랍에서 먹고싶은 고기와 야채를 덜어 평평하게 편 찹쌀 위에 올린다.

기호에 따라 라오스 된장을 찍은 풋고추를 함께 먹을 수도 있다.

 

 

 

 

 

 

 

 

사진은 조금 흔들려 버렸지만, 충분히 완성된(?) 랍 먹기의 정석을 감상하실 수 있을 것이다.

라오스 된장에서부터 그랬지만, 라오스의 국민음식 랍은 우리의 쌈밥을 더올리게 했다. 평평하고 얇게 편 찹쌀이 상추나 깻잎 같은 쌈의 겉 부분 역할을

하고 있었고, 고기와 야채가 함께 들어간 랍은 훌륭한 속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오스의 풋고추는 정말 상상이상으로 매운 탓에 이 라오스 친구

들도 대부분 먹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한국인 대표로써 한국의 쌈밥은 이렇게 먹는 것이다, 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야 말았다.

 

“ 한국에선 말야, 이 매운 고추를 여기(된장)에 찍어서 밥하고 고기하고 함께 먹는단 말야. 너희도 알겠지만 우린 매운 거 정말 잘 먹거든. 이건 한국에선

매운 축에도 못들….”

 

내가 된장에 찍은 고추를 랍과 함께 찹쌀에 싸서 한입에 털어 넣자 정말 이들 일행은 기인열전 출연자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경이스럽게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5초 후. 난 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야 만 것인지 알게 되었다. 정말 입에서 불이 난다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입을 지나쳐

뱃속으로 들어가자 온 몸에 불이 나는 듯 뜨겁고도 찌릿한 느낌이 전해져 왔다. 이미 매운 기운이 훑고 지나친 입 천장은 이미 제 컨디션을 잃은 지 오래

였다.

난 정말 물 한 모금이 절실했지만, 경이로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라오스 친구들 앞에서 끝까지 당당했다. 이 후로는 라오스의 풋고추는 조금 자제하

게 되었지만, 어쨌든 랍은 쌀국수와 더불어 라오스 여행 중 나의 허기를 달래 준 가장 멋진 음식이었다.

 

찰밥에 싸 먹는 랍(Rap) , 라오스의 국민음식의 칭호가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