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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09'TheGreater Mekong

중국-라오스 국경 넘기, 정말 어려울까?



 

 

국경 넘기는 전세계 여행자들에게 있어 하나의 ‘로망’ 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떠들석한 밤을 보내는 것도, 유명한 관광지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것

도 여행의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지만, 지금 내가 진짜 여행을 하고 있구나…하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단 한 순간만을 꼽으라면 덜컹대는 기차간이나 버스의 좁은 좌석에 몸을 의지한 채 새로운 나라의 땅을 밟으려 하는 그 국경 넘기의 찰나일 것이다.

 

국경 넘기는 특히 한국인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는 한국땅에서 살면서 단 한번도 국경을 경험해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나머지 한군데 있는 육지마저 국경이라 할 수 없는 거대한 휴전선이라는 벽으로 막혀 있으니 지금의 한국은 섬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유럽여행을 떠나 가장 신기해하면서 즐거워하는 상황 중 하나가 기차를 타고 국경을 자유 자재로 넘는 것이다. 특히나 EU라는 공동체 안

에서 그처럼 쉽게 국경을 넘나드는 경험을 하다 보면 ‘국경’ 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이게 그렇게 어렵고 대단한 것이 아니

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여행자들에게 있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국경 넘기’ 의 대명사는 유럽여행이다. 이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국경 넘기는 또 다른 의미에서 특별

함을 가지고 있다.

이 거대한 중국이란 나라가 맞대고 있는 이웃나라의 수는 자그마치 12개. 북한을 비롯하여 수많은 나라들이 중국과 땅을 맞대고 있다. 정말, 국경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곳에 사는 우리는 상상조차 해 볼 수 없는 ‘대륙’ 의 스케일이다. 국경을 맞댄 국가 수가 12개이니, 아마 한 나라에 열린 국경이 여러 군데인

곳을 포함하면 전체 국경 수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다.

 

여러 나라들과 땅을 맞댄 중국이 가진 이 많은 국경 중에서, 남쪽의 라오스로 통하는 길은 오직 하나 뿐이다. 모한과 보텐을 거치는 중국과 라오스간의 유

일한 국경. 이 국경을 넘는 일은 과연 쉬울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1.  국제 버스는 쿤밍, 징홍, 멍라를 거쳐 루앙남타, 루앙프라방으로 간다.

 

 

 

 

<지도상에 밝게 표시된 도시들의 이름을 잘 기억해 두도록 하자. 국제 버스로 연결이 되는 도시들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중국에서 라오스로 넘어가는 국제 버스는 시솽반나의 주도 징홍이나 더 아래쪽의 국경마을인 멍라에서만 있는 줄 알았다. 실제로 직접

징홍에서 확인한 결과 징홍에서는 매일 라오스의 루앙남타로 가는 버스가 있고, 일주일에 한 두 번 비정기적으로 라오스의 우돔싸이나 훼이싸이로 가는

버스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최종 목적지는 루앙프라방이었고, 루앙남타에 내려서 거기서 다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것은 조금 귀찮은 일이라 생각이 되

었다. 난 어느새 중국에 익숙해져 있었고, 중국 밖으로 나가면 언어 장벽이 더욱 커질 것이고 문제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기에 최대한 중국어를 이용하

면서 쉽게 이동하고자 했다. 알아본 결과 징홍에서는 루앙남타로 가는 버스밖에 없지만, 징홍에서 2시간 정도 남쪽으로 떨어진 국경마을 멍라에는 루앙프

라방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결국 나는 멍라로 가서 하루밤을 보낸 뒤 아침 일찍 루앙프라방으로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싣게 되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버스정류장에 들어서 버스를 마주하고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출발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정류소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침대버스에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난 미리 좌석을 확보해 놓은 상태였지만 이렇게 일찍 사람들이 차에 올라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의아했다. 의문은 잠시후에 풀렸는데, 멍라가 출발점이라 여겼던 내 생각이 틀린 것이었다. 뜻밖에도 이 버스는 쿤

밍에서부터 출발해 이곳 멍라까지 이른 것이다.  

 

  

 

 

 

<중국- 라오스 간의 국제버스. 쿤밍 – 루앙프라방 이라는 한자와 라오스어가 병기되어 있다. 아래 양국의 국기도 보인다.>

 

<이것이 바로 중국- 라오스를 연결하는 국제버스>

 

 

 

<침대 버스는 한쪽은 두명이 눕는 더블베드, 반대편은 1인용 싱글이다. 싱글에 걸리기를 기도하자. 하지만 더 운이 좋다면 더블을 혼자 쓸 수도 있다.(필

  자는 더블을 30분 정도 함께 쓴 후 옆의 승객이 빨리 내리는 바람에 11시간 가까이의 오랜 여정동안 편하게 올 수 있었다!>

 

 

 

 

결국, 요약하자면 중국 윈난에서 라오스로 넘어가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쿤밍에서 루앙프라방으로 바로 가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이렉트로 간다면 중간에 윈난의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 중 하나인 시솽반나를 그

냥 지나치게 되므로 여행자들이 이 루트를 선택할 확률은 낮다고 생각된다. 이 루트를 선택한다면 아마 중간에 징홍- (정차가 확실하진 않다) , 멍라, 국경

을 거쳐 루앙남타, 우돔싸이에 각각 정차한 후 루앙프라방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둘째는 징홍에서 라오스의 루앙남타로 연결되는 버스를 타는 것이다. 루앙남타에 도착 후 루앙남타에서 하루정도 머물수도 있고, 이동편을 빨리 확보한

다면 다시 바로 루앙프라방으로 갈 수도 있다. 루앙남타에서 루앙프라방까지는 도로 사정에 따라 대략 4-5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셋째는 멍라에서 루앙프라방으로 바로 가는 방법이다. 루앙프라방이 목적지라면 당연히 이 방법이 가장 알맞다. 중간에 국경에서 한번 내려 수속을 하는

것 이외에는 루앙남타, 우돔싸이를 거치면서 그냥 아무 걱정없이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여행 일정이 넉넉하다면 중간 도시

에 하루하루 머물며 느긋히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한정된 일정이라면 바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루앙프라방은 정말 그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아까울 정도로 완벽하게 여행자들을 사로잡는 곳이기 때문이다.

 

 

* 징홍에서 멍라까지는 보통 2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며 (여행책엔 4-5시간이라 되어있으나 잘못된 구형 정보다. 20인승 신형차가 들어오면서 시간이 반으

  로 단축되었다.)   요금은 38원이다.

* 멍라에 도착 후 차가 끊기므로 멍라에서 1박을 무조건 해야 하며, 다음날 아침 8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버스를 탈수 있다. 요금은 97원.

   참고로 버스 정류장 옆 호텔에서 에어컨이 없지만 깨끗한 화장실이 딸린 방을 40원에 묵을 수 잇다.

* 여행책엔 멍라에 대한 소개가 거의 없다. 비록 작지만 아디다스, 나이키, 카페, 피시방 다 있는 훌륭한 마을이니, 하루 정도 느긋하게 보낼 수 있다.

 

 

 

 

 

#2. 중국 벗어나기

 

 

 

 

 

 

 

 

 

<중국 쪽 국경의 환영 메세지에서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발견하였는가? >

 

 

< 자, 이제 정말 중국이 아닌 라오다.>

 

 

위에 언급한 어떤 시작점을 선택하든, 중국쪽의 국경도시 모한에 도착하면 모두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 여권을 준비하자.

이제 국경에서의 출국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절차라고 해 봤자 출국 카드를 작성하고 출국 스템프를 찍는 정도다. 어디로 갈지 몰라 서성이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가는 대로 따라다니면 된다. 버스에서 내린 후 20-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걷다 보면 출국장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출국 스템프를 받으면 이

제 중국은 안녕이다.

 

 

 

 

 

#3. 라오스 땅 밟기

 

<라오스 국경의 모습은 대충 이렇다.>

 

 

<라오스의 느낌이 물씬 나는 국경의 풍경>

 

 

<비자를 받기 위해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

 

 

 

<라오스 국경 입국장의 모습. 제복이 인상적이다.>

 

 

<여행의 안전이 걱정된다면, 보험도 고려해보자.>

 

 

<중국 – 라오스의 국경은 조촐하다. 여느 국경과는 다르게 분주함이란 찾아볼 수 없다.>

 

 

 

<신종 플루의 영향력에서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체온 측정은 필수.>

 

 

 

이제 내가 밟고 있는 땅은 중국이 아닌 라오스다. 신종 플루의 여파로 체온 측정을 하고 나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현재 한국인들은 라오스 비자를 국경

에서 받을 수 있으며, 30$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현재 라오스에서 15일까지는 무비자로 머무를 수 있다. 이것은 현재 한국의 어느 여행책에도 소개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정보

이다. 필자 역시 하마터면 라오스에서 10여일을 머물면서 비자를 구입할 뻔 했다. 버스에서 만난 라오스 친구들이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말이다. 15일 이

내로 라오스를 여행하고 다른 나라로 넘어갈 예정이라면 비자 없이 15일짜리 공짜 스템프를 받도록 하자.

 

수속을 마치고 기다리면 우리가 타고 온 버스 역시 알아서 수속(?) 을 마치고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올라타면 된다. 버스는

다시 루앙프라방을 향해 힘차게 출발할 것이다.

 

 

* 출국 수속을 위해 버스에서 내릴 때, 혹시 배낭을 자물쇠로 잠궈 놨다면 미리 풀어놓아야 한다. 수속을 하는 동안 버스에서 짐 수색이 이루어지는데,

  필자는 배낭을 자물쇠로 잠궈 놓은 채로 라오스 친구들과 내려 버려 버스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는 후문. 다행히 전화로 내 것이라 알려줘서

  배낭이 찢어지는 참사는 면할 수 있었다.

 

 

 

 

 

 

 

 

 

< 하늘엔 라오스의 국기와 함께 공산당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라오스 역시 사회주의 국가이다.>

 

 

 

 

<국경에서 잊지 말아야 할 한가지, 바로 화장실 볼일보기다.>

 

 

 

 

 

 

 

 

 

국경을 넘으면 봉고차들이 여러 대 서 있는데, 대부분 루앙남타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버스표를 손에 쥐고 있다면 가볍게 무

시한 후 자신들의 버스로 올라타주시면 그만.

 

 

 

 

 

휴, 드디어 국경 넘기가 끝이 났다. 이제 또 다른 미지의 세계인 라오스 그 속으로 들어가 볼 일만 남았다. 국경 넘기, 참 쉽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