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에 대한 모든 것/China Story

트랜스포머의 중국 제목이 변형금강인 이유.

 

 

*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제목, 다른 나라에서는?

 

 

오늘 수업시간에 문득 영화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중국, 일본 혹은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문득 대화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딫히는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언어의 한계 때문에 일어나는 일만은 아니다. 때로는 각 나라의 번역의 문제 때문에

예상치 못하게 같은 영화를 놓고 이야기를 해도 서로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히나 영화의 제목에서 이러한 오해가 자주 발생하게 된다.

 

 

 

 

                                                        

                                                       < 사랑과 영혼의 오리지널 포스터(좌) 와 총알탄 사나이의 오리지널 포스터(우)  >

 

 

우리나라에 들어온 헐리우드 영화의 경우를 살펴보자. 요즘은 원제 그대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십 수년 전만 하더라도 상황은 달랐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데미무어와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페트릭 스웨이지 주연의 사랑과 영혼.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이 영화의 원제는

<Ghost> 다. 이밖에도  < Naked Gun → 총알을 탄 사나이 >  , 그리고 그나마 최신작들로는 < music & lyrics →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

<mean girls → 퀸카로 살아남는 법>  등이 있다. 이렇게 변형된 제목이 쓰이는 경우는 영화를 수입하면서 우리나라 정서를 고려해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

다. <music & lyrics> 라는 제목보다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이라는 제목이 딱딱한 느낌이 덜하며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호기심도 더욱 크다.

 

  

 

 

중국은 외래어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중국어의 특성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코카콜라의 중국어인

<可口可樂> 이다.  중국어 발음으로 하면 ‘커커우커얼러’ , 그나마 원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발음과 함께 입이 즐거워 질 수 있다는 뜻까지 통하니

잘 지어진 외국어 이름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외국 영화 제목 변형은 어떠할까?

 

  

                                                        

<슈퍼맨(좌) 와 트랜스포머(우) 의 중국판 포스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부터 하나씩 읊어보자. 슈퍼맨은 <초인> (超人, 차오런) , 그리고 트랜스포머는 <변형금강> (變形金鋼, 비엔씽찐강) 이라는

상상도 못할 제목을 자랑한다. 그런데 하나하나 글자를 곱씹어보면서 영화의 줄거리를 떠올려보면 조금씩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형태가 변하는

쇳덩어리…트랜스포머. 일리는 있다. 물론 그래도 무언가 이상한 느낌은 지울 수 없겠지만.

 

  

* 아Q정전, 혹은 아감정전?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중국 작가는 누구일까? 아마 루쉰의 이름은 교과서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루쉰의 대표작은 <아Q정전, 阿Q正傳>

이다. 아Q 라는 것은 이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인데, 아(阿) 라는 글자는 성 앞에 쓰여 친밀한 뜻을 나타낸다. 정전(正傳) 은 원래 위인과 같은 유명하거나

대단한 사람들의 전기를 뜻하는데, 루쉰은 이름없고 보잘 것 없는 농민은 아Q의 이름에 정전이라는 이름을 붙여 인물을 희화화하고 그 시대를 풍자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는 <아Q정전> 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아감정전, 阿甘正傳 > 이라는 것을 들어본 사람이 있을런지 혹시 모르겠다. 1994년 한국에서, 아니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을 받았던 영화를 떠올려보자. 아카데미상의 6개 부문을 휩쓴 이 영화는 톰행크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 다. 이 <포레스트 검프>

의 중국어 제목이 바로 <아감정전> 이다.

 

 

< 포레스트 검프의 중국판 제목인 아감정전(阿甘正傳) >

 

 

왜 이런 제목이 지어졌는지는 금방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루쉰의 아큐정전을 읽고 난 후 영화 <포레스트 검프> 를 보았다면 혹시 검프의 모습에서

아큐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어떤 중국인들은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阿)는 앞에서 설명한대로 성 앞에 쓰여 친밀한 뜻을 나타내는 것

이고, 감(甘) 은 검프(Gump) 의 중국식 음역이다. 정전(正傳) 역시 위와 동일한데,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검프라는 한 개인의 이야기가 영화를 이끌기

때문에 이런 제목이 붙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잘 붙인, 중국인들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아, 한가지 사족을 덧붙이자면, 성이나 이름의 한 글자 앞에 아(阿) 를 붙여 친근함을 표시하는 것은 지금도 중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하지

만 이것은 아주 이전부터 존재해왔는데, 자세히 떠올려보면 삼국지 속의 조조의 아명이 아만(阿瞞) 이었고, 유비의 아들인 유선의 아명또한 아두(阿斗)

였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듯이 아두는 아버지 유비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다. 능력이 없을 뿐더

러 나라가 멸망하고 난 뒤 조조의 땅으로 유배를 오고서도 그 곳이 놀기 좋은 곳이라 하여 껄껄대며 웃던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 중국에서 아두

(阿斗) 라는 말은  무능한 사람 혹은 쓸모없는 사람을 뜻하는 욕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나 중국인과 대화를 할 때 주의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