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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09'TheGreater Mekong

위엔양 가는길, 형형색색의 소수민족을 만나다.

 





여행 11일째 – 위엔양 가는길, 형형색색의 소수민족을 만나다.

 

 


따리에서 쿤밍으로 돌아오는 야간 침대 열차 안. 이미 중국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구형 열차다. 에어컨 대신 천정에 매달린 것은 360도를 위태롭게

회전하는 낡은 선풍기고, 창문을 열지 못하게 고정되어 있는 신형 열차와는 달리 창문을 위아래로 여닫을 수 있다. 문득 2005년의 첫 중국 여행이 생각

났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창문밖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버려지는 쓰레기들. 맥주병을 깨뜨린 후 그냥 창 밖으로 던져대던 중국인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불과 몇년사이에 그런 광경은 사라져 버렸다. 해바라기씨를 까먹고 기차바닥에 그대로 버려 중국인들이 앉았던 자리마다 마치 응가

라도 한덩이 해놓은 것처럼 가지런히 수북 쌓여 있던 해바라기 씨 껍데기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이젠 기차안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

이 되어 버린다. 각 차칸마다 있는 차장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도 각오해야 하고. 아니, 이제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

……

 

기차는 밤을 달려 새벽 5시 20분 다시 쿤밍에 도착했다. 쿤밍 – 리장 – 따리를 거쳐 다시 쿤밍. 이젠 쿤밍이 익숙하다.

버스 정류장 조차 6시에 문을 여는 쿤밍의 새벽은 고요하기만 하다.

버스 정류장이 문을 열기를 기다려 다음 목적지인 위엔양 행 버스표를 구입했다. 거금 103원.(약 18000 원)

 

버스는 오전 10시 20분 위엔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아직은 낯선 이름인 위엔양.(元阳)

내가 이곳을 찾는 이유는 지금으로서는 단 한가지다.

 

 

 

 

 

 

 

 

 

 

 

 

 

 

 

 

 

 

 

 

 

 

 



 




윈난의 산골짜기 중의 산골짜기에 위치한 작은 마을 위엔양.

올라탄 버스에는 형형색색의 복장을 한 소수민족들이 가득 타 있다. 민속촌에서나 볼 법한 화려하기 그지 없는 복장을 한 이들을 보며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의심을 해버렸다. 관광객들을 위한 의상을 여기까지 입고 돌아다니나…?

 

그렇지만 저것이 진짜 저들의 평소 복장이다. 민속촌따위가 아니다. 도시에 살면서 어린시절부터 저런 복장과 모습들은 민속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자리잡아 버렸다. 하지만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자. 나는 진짜 윈난에 온 것이다. 

윈난성에는 수십 종류의 각기 다른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다. 이곳은 인류학적으로 바라본다면 살아있는 보물과도 같은 곳이다.

분명 생김새도 한족들과는 차이가 뚜렷하고, 쓰는 말도 당연히 다르다. 표준어인 푸퉁화가 통하기는 하지만, 발음도 많이 다를 뿐더러

나이가 있는 어른들은 아예 푸퉁화를 모르기 때문에 이곳은 분명 중국이지만 내가 알고 있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어쨌거나, 쿤밍에서 위엔양까지의 길은 가까운 길은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던 론리 플래닛에 따르면 버스로 6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행여나 이 사실을 잊을까봐 여서인지 버스는 중간에 여러번 정차했고, 인적이 드문 산길을 지나면서도 점심 시간에 딱 맞추어서는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는 곳에 정차를 했다. 몇시간 째 인적이 없는 길을 달리다가 점심때가 되니 딱 맞추어 그것도 식당이 단 하나뿐인 지점에 도착하다니. 역시나 인간은

대단하다… 이것이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  인가?  (아님 말고;)

 

식당은, 아니 사실 식당이라 말하기도 애매한 이 곳은 몇가지 국수류와 계란, 소시지 등의 음식을 팔고 있었다. 화장실역시 건물이 아닌 벽이 서 있는 게

전부여서 벽을 막으로 삼아 일을 봐야만 했다. 기억이 묻어있는 낡은 양철 냄비에서는 저마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팔팔 끓고 있었는데,

그 중 소수민족 아줌마들이 선호하는 음식은 면종류와 각종 꼬치였다. 그분들은 음식을 아주 맛있게 드셨지만, 나는 장거리 여행에 혹시나 장에

급성 신호가 올까 두려워 최소한 의 허기만을 채웠다. 기차가 아니라 더욱 더 조심을 해야하니, 장거리 버스여행의 유일한 걱정은 바로 화장실이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서도 버스는 산건너 물건너 한참을 달린다. 잠시 차안에서 단잠에 빠졌는데, 문득 깨어보니 차창 밖으로 누런 물줄기가 힘차게 흐르

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지도상으로 분명 위엔양 근처에는 큰 강은 없는데…?  아마 잘은 모르겠지만 이 또한 메콩의 작은 지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점점 메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인가…

중국 윈난의 큰 강인 란창강이 사실은 메콩의 지류다. 아니 그냥 메콩이라 해도 무방하다. 이름만 다를 뿐. 이 강도 분명 란창강의 영향을 받고 있을거라

는 것이 바로 나만의 생각. 왠지 모르게 누러면서도 힘이있어 보이는 것이 보통내기는 아닌듯 하다.

.

……

 

그리고, 17시 02분.

마침내 위엔양에 도착했다. 10시 20분에 출발했으니  6시간 42분이 소요되었다. 6시간 30분이라 한 론리플래닛의 정확성에 다시한번 경의를 표하며,

위엔양의 땅을 밟는다.

 

 

 

 

 



이게 위엔양이다.

내가 묵게 된 치엔자팡세(여관의 이름) 마당에서 보이는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위엔양의 풍경.

아직은 내가 여기 왜 온지 모르겠다고?

아마 곧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