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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09'TheGreater Mekong

대리석 이름의 유래를 간직한 도시, 따리.


 

 

대리석이란 이름은 우리에게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니다.

대리석 바닥, 대리석 조각, 대리석 타일….

개인적으로 대리석에 얽힌 가장 깊은 기억을 꼽자면 초등학교 시절 자연시간에 대리석에 묽은 염산을 떨어뜨렸을 때 일어나던 거품이었다.

당시 과학실은 일년에 한두번 갈까 말까한 금지된 공간이었는데, 어쩌다 과학실에 가게 되어 주번이 열쇠를 받아들고 과학실로 우르르 몰려가던

그 기억이 지금까지도 너무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십 수년이 지나, 이제서야 대리석에 대한 나의 가장 깊은 인상은 초등학교 자연 시간에 보았던 거품에서 다른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아,  물론 석회암의 변성암인 대리석에 산성 성분을 떨어뜨리면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거품이 일어나고 이것이 발열반응인지 흡열반응인지를

깨우쳐주었던, 고등학교때의 그 기억은 아니다. 그것은 아주 흐릿해져버린지 오래다.

이젠 그 기억을 대체하게 되는 것은 따리(大理) 가 될 것이다. 나는 지금 윈난의 고도, 따리(大理) 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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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리석 이름의 유래……?


 

중국식 발음으로 따리(大理). 한국식으로 한자음을 읽으면 바로 대리다. 대리석의 그 ‘대리’ 다.

대리석 이름의 유래는 이 곳 따리에서 오게 된 것이다.

따리는 한때 윈난을 호령하던 따리국의 수도이다. 938년 단사평이란 자에 의해 시작된 따리국은 한때 중국의 통일왕조와도 군사대결을 벌일 정도로

강성했던 국가였다. 중국과 미얀마 사이에서 중계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였고 따리국만의 독특한 불교문화를 이루었다.

13세기 몽고에 의해 따리국은 멸망하였지만, 따리에서 명성이 높던 특산물인 대리석은 남았다.

아마도 따리에서 많이 나는 흰색의 신기한 돌이 아주 아름답고, 건축에 쓰이면 멋을 낸다는 것을 안 우리의 조상들이

이 돌을 대리석이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지금도 대리석은 따리의 특산물 중 하나로 명성이 높다.

따리고성 입구에 서있는 표지석은 ‘대리’ 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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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양의 알프스


 

 

 

  

 

 

 

여행 9일째 -



따리는 이전부터 서양인들을 중심으로 한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중국에서 유일한 안식처였다. 여행자들에게 알려지기로는 리장보다 따리가 먼저였고,

멀리 서양에서 온 배낭여행자들의 선구자들은 이곳을 동양의 알프스로 서양에 소개시켰다.

따리는 고도 2000m 에 위치한 3000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 이다. 대리로 향하는 버스에서 본 하늘은 그 어느 곳보다 높고 푸르렀다.

리장처럼 이곳도 하늘에 가까운 곳이어서 일까?  귀가 먹먹할 정도의 고도는 아니지만 따리의 아름다운 풍경에 나는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리장에서 따리로 이동하는 수단은 버스다. 버스로 약 3시간 30분-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버스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끊임없이 돌고 돈다. 얼마나 많은

산을 넘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했다. 이 구간의 경치는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할만한데, 이 힘든 산길을 자전거로 넘고 있는 일행도 꽤 많이 보였다.

 

따리에서 또 한가지 유명한 것을 꼽자면 얼하이(耳海) 호수다. 윈난성에서 두번째로 큰 이 호수는 사람의 귀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따리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쯤, 얼하이 호수가 눈에 잡혔다. 웅장한 산을 뒤에 끼고 푸른 들판을 앞에 세워놓은 채 자리잡은 얼하이 호수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이번여행에서 얼하이 호수 트래킹은 포기했다. 이전에 러시아의 바이칼이나 중국 신장의 새리무호수나 천지등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은 알지만 이번에는 따리의 고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저곳을 가는 선택도 절대 나쁘지 않다는 것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버스는 3시간 30분이 조금 넘어 따리에 도착했다. 엄밀히 말하면 버스는 따리가 아닌 신시가지인 샤관에 내려준다. 버스에도 목적지는 샤관(下关)으로

되어있다. 샤관에서 따리고성 안까지는 택시로 5분이면 충분하다. 같이 버스를 타고 온 서양인 피터와 함께 고성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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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따리고성

 

 

 

 

 

 

 

 

 

 

 

 

 

 

 

 

 

 

내가 따리로 오기 전, 리장에서부터 중국인들에게 끊임없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리장을 먼저 보고 따리로 가면 따리가 너무 시시하다는 것이었다.

따리는 리장과 이웃해 있으면서 서로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2000m 가 넘는 고원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래된 고성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가 존재하

는 것과 , 자기들의 문화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이 그 땅의 주인이라는 점까지.

다른 것이 있다면 리장고성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이며, 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과, 고성의 규모가 리장이 따리에 비해 훨씬 크다는 것이었다.

따리는 고성 끝에서 끝까지 2km,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끝에서 끝까지 닿을 수 있다.

그런데, 남들이 리장에서 따리로 가는 것을 모두 말리기에, 나는 더욱 가고 싶어졌다. 난 참 이상한 놈이다…

 

결과부터 이야기를 할까…? 난 언제나 일반적인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취향의 소유자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번만은 나도 일반이 되었다. 역시 나도

리장을 보고 따리로 오니 생각보다 큰 감흥이 없었다. 규모를 떠나, 분위기나 모든 면에 있어서 리장이 훨씬 매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리장을 보고 따리를 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지만, 나 같은 사람이 또 이 글을 본다면 분명 더욱 그렇게 가고 싶어할 것임을

알기에,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따리가 매력이 없는 곳은 아니다. 옛 기억을 간직한 고성과 아기자기한 돌길을 걸으니 이곳도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되었다.

따리만의 장점을 들자면 길거리에 이곳만의 독특한 먹거리가 많다는 점과, 물가가 아주 싸다는 점,(필자는 화장실 딸린 2인실을 30원에 머물렀다.)

공기가 아주 좋다는 점 등 수도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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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까페 in 따리

 

 

 

 

 

 

 

 

 

그렇다. 따리는 서양인 배낭여행자에 의해 중국에서 최초로 개척된 최적화 된 배낭여행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기 좋고, 물가 싸고….

그리고 외국인 여행자들이 편히 쉬며 커피 한잔 즐길 수 있는 서양식 까페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곳이 바로 따리이다.

특히 따리의 양런제(洋人街) 에는 이런 까페와 레스토랑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양인들이 워낙 많은 거리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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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차 따리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