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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세계 각국....

세계 각국, 여행 중 만났던 쓰레기통 모음.

 






세계의 여러나라, 여러 도시를 여행하다보면 사소한 것에 감동 받고, 사소한 것 덕분에 내 속에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험이 하나 둘 쌓이다 보니 사소한 것들을 사소하지 않게 생각하게 되고, 그것들을 그냥 지나치게 되기 보다는  한번 더 살피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마도 사소한 것 하나라도 더 보고, 하나라도 더 기억하고 싶은 나의 욕심이 이러한 습관을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쓰레기통.

쓰레기통 주제에 이것이 주제다.

 

세계 각국, 사람의 생김새도 각양각색이고 사람이 입고 있는 문화의 옷도 그에 걸맞게 각양각색이다.

먹는 음식이 다르고, 그 음식을 감싸고 있던 포장지마저, 포장지에 적힌 언어 한조각 마저 자신들의 것으로 적혀 있으니

따지고 보면 세계 각국의 쓰레기들조차 각양각색 그 나라의 문화적 특징을 그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쓰레기 조각들도 그러할진데, 인간이 만들어 낸 ‘문화적 산물’ 인 쓰레기통이 어찌 각자의 특징을 지니고 있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멋진’  쓰레기통을 많이 만났다.

멋진 쓰레기통이라…. 훌륭한 역설이다.

 

 

 

* 러시아 울란우데

 

 

 

‘러시아’ 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시베리아? 혹은 보드카?

러시아 땅을 밟기전 내가 러시아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예술’  이었다. 사실 예술이라 하면 프랑스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러시아하면 그 무엇보다 먼저 ‘예술’ 이 떠올랐다. 그것은 도스토예프스키도 아니고, 막심 고리끼나 차이코프스키도 아닌, 그냥 막연한

예술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원시적인 이미지 자체였다. 시베리아의 한자락, 바이칼 호수를 맞닿은 도시 ‘울란우데’ 의 한 골목길에서 이 쓰레기통을

발견하고서는 내가 막연히 가졌던 느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생각하는 예술의 나라, 예술의 도시는 처음부터 도스토예프스키나

차이코프스키로 대표 되는것이 아닌, 그냥 도시 전체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예술로 존재하는 그런 것이었나 보다. 그냥 일상에서 시민들이 수시로 음악과

공연을 즐기고, 예술을 곁에 두고 사랑하는 그런 일상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유명한 예술가의 고향이 아니어도 이미 예술의 도시가 된 것이다.

울란우데는 러시아의 변방이고, 또 슬라브인들의 땅도 아니지만, 충분히 예술의 도시라 일컬을 수 있는 도시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길거리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들이 넘쳐나고, 작은 쓰레기통 하나마저 이런 예술적 풍모를 풍기고 있는데,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나는 울란우데의 저 쓰레기통을 절대 잊을 수 없다.



 

 

 

* 중국 리장

 

 


리장은 구시가지 고성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사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성을 관리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은 조상 대대로 이어 내려온 모습 그대로이며, 후손들은 그 탑위에 돌을 하나 더 쌓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잘 보존하기만 해도 충분히 역할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성 자체’ 를 바라보기보다 주위의 환경들로 조금만 더 시각을 넓혀서 바라보면 이야기는 약간 달라지는데, 옛부터 이어져내려온 고성과

현재의 주변 환경들 간에 있어서 조화의 최적점을 찾아내는 것은 후손들, 즉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때, 리장고성은 아주 훌륭하다. 조금 더 쉽게 설명을 하자면 고성은 800년 전부터 있었다. 그 때 쓰레기통이라는 것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형태와 같은 것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리장고성이 세계문화유산이 되고 매일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되면서, 이제는 우리가 아는 쓰레기통을 조상들의 유산인 리장고성내에 설치해야만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그냥 검은색? 아니면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 을 이용한 쓰레기통을 설치했어도 되었을 것이다. 그냥 ‘쓰레기통’ 일 뿐이니까. 하지만 지금 리장고성에

는 고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다. 3층의 멋진 기와, 그리고 동양미가 물씬 풍기는 꽃이 새겨진 이 쓰레기통은 정말 멋졌다.

리장고성에 저런 기와가 올려진 쓰레기통을 설치하는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저기에 빨간색 쓰레기통을 설치하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그런데 의외로, 현실에서는 이런 당연한 것을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 중국 마카오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곳 마카오.

마카오에서 만난 쓰레기통은 역시 꽤나 멋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나무와 금속의 적절한 만남이랄까.

왠지 모르게 마카오가 지닌 동양과 서양의 혼재, 라는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를와트가 있는 씨엠립의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인구 10만이 넘는 캄보디아 세3의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낙후되어 있는 모습에 놀란다.

비만 내리면 도로는 온통 진흙탕이 되고, 그 진흙탕 사이로 자동차며 오토바이며 뚝뚝들이 정신없이 오간다.

이런 씨엠립 가운데서 가장 세련된 곳을 꼽으라면 단연 근처에 왕궁과 씨엠립 국립 박물관이 있는 스퉁 씨엠립 강변이다.

이곳만 오면 정말 유럽의 한가한 곳에 와 있는듯 조경도 잘 되어있고, 도로도 씨엠립에서 가장 훌륭하다.

그리고 또 훌륭한 것 한가지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쓰레기통이다. 꼬불꼬불 캄보디아어로 무엇인가 열심히 적혀 있는 이 녹색의 쓰레기통은

보기만 해도 무언가 환경을 보호해야 할 것만 같은 사명감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  라오스 루앙프라방

 

 



메콩의 빛나는 루앙프라방.

이 한가롭고 평화로운 작은 도시의 쓰레기통은 이리보고 저리보고 아무리 봐도 ‘수제’ 다.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을 돌아다니면 왠지 살 수 있을것만 같은 저 광주리가 루앙프라방 도시 곳곳에 자리잡은 쓰레기통이다.

양 지지대의 구멍 사이로 가로지른 나무 막대기, 그것과 끈으로 연결해놓은 대나무 쓰레기통은 마치 그네를 연상시킨다.

이들은 자신들의 도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쓰레기통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정말, 루앙프라방은 메콩 중 최고x100 다.

루앙프라방의 푸른 하늘과 유유히 흐르는 메콩강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 이집트 알 카스르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버스로 십수시간을 달리면 작은 오아시스 마을 알카스르에 도착한다.

마을에 여행자숙소는 단지 한 곳 뿐이며, 이마저도 낮에는 뜨거운 태양열에 자연 가열된 물탱크로 인해 뜨거운물밖에 나오지 않아 예상치 못한

핫샤워를 하게 되는 곳, 마을에서 그냥 조금 걷다 길을 잃으면 관광용이 아닌 리얼 사막이 펼쳐지는 곳, 이 곳이 바로 알카스르다.

 

이 작은 마을을 마음대로 걷다 보면 정체모를 아랍어가 쓰여진 거대한 드럼통이 거치대(?)에 매달린 광경을 볼 수 있다.

쓰레기통이다.

쓰레기통계의 리얼 빈티지.

 

 

 

 

 

* 이탈리아 밀라노

 

 

 



사실, 이 포스팅의 기획은 이때 처음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2년 전, Clavileño 군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밀라노대학을 들르게 되었다.

건축학도였던 그는 대학내의 어떠한 건물을 보고싶어했지만, 사실 나는 그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약간은 귀찮은 마음으로 함께 따라나섰었다.

그리고 대학에 도착해서 그는 자신이 보고 싶었던 건물을 마음껏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고, 홀로 남겨진 나는 천천히 대학 내부를 돌아보다가

문득 눈 앞에 쓰레기통을 발견했다.

 

아마도 이탈리아어로 밀라노 대학이라 적혀있고 가운데는 로마신화속의 신의 모습같은 학교의 상징 엠블럼이 박혀있는 검은색 통.

분명 그냥 쓰레기통이었는데, 문득 이것이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이 쓰레기통 하나에 밀라노가 녹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카메라에 담을 때 일부러 쓰레기통처럼 보이지 않도록 사진을 찍었다.

분명 이것이 쓰레기통이라 먼저 말해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이 사진을 보여주면 아무도 모를꺼야.

나는 이날 사소한 쓰레기통 하나도 이렇게 멋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