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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세계 각국....

세계 각국, 여행 중 만난 달인 BEST 10

 

 

 

 

개그 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달인’ 으로 인해 이제 이 단어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친숙한 것이 되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개그 콘서트 이전에도 ‘달인’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TV 프로그램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oo 의 달인…과 같은 제목들이

결코 낯설지가 않다.

개그 콘서트의 달인은 한 가지를 십수년간 해온 사람이다. 그러나 굳이 그만큼의 오랜 경험과 특별한 기술을 전제로 달인을 구분할 필요는 없다.

TV에 자주 출연하는, 대외적으로 유명한 공식적인 달인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는 충분히 많은 수의 생활 속 달인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지구상 어디든 달인은 존재한다.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많은 ‘달인’ 들을 만났다. 달인이라 불릴만큼 대단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한사람의 작은 동양인

여행자였던 내 눈엔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대단하게 보였다.

내가 지금껏 각지에서 여행중 만났던 달인들의 모습들, 이것들을 순위로 매긴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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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위.  이집트 카이로 – 물건 낚아 올리기의 달인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망자들의 도시인 네크로폴리스 부근 허름한 골목에서 한 소년을 만났다. 골목은 허름했지만 골목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생기는

그 어느곳보다 활기찼다. 벽돌을 쌓아올려 만든 허름한 집의 가장 높은 방에 소년이 살고 있었는데, 아래에 있는 노점상 아저씨와 큰 소리로 무언가 이야

기를 주고 받더니 파란색 바구니를 끈에 연결해 내린다. 그리고 잠시 후에, 바구니는 소년이 원했던 물건을 담은 채 다시 그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9위. 중국 소림사 – 바람을 읽어라.

 

 

 


소림사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김용의 무협소설이나, 이것을 읽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영화에서든 누구의 입에서든 소림사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소림사는 소설속의 장소이긴 하지만, 실제로도 존재한다. 현재는 중국의 허난성 정저우 부근이 덩펑이라는 마을이 소림사와 접해있다.

소림사의 1대 주지였던 달마 대사에 얽힌 고사를 비롯해, 수많은 이야기가 서려있는 그 곳. 주방장마저 호이~ 라는 기합과 함께 예사롭지 않은 무술을

선보인다는 소림사.

 

소림사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때 보았던 광경이 잊혀지질 않는다. 이름이 주는 위압감에 눌려 긴장과 흥분의 상태로 소림사를 찾았을 때, 앞 건물의 지붕

에서 한명의 고수를 만났다. 어느 사물에도 의지하지 않은 채, 미동하나 없이 기와 지붕에 서 있던 고수.

날라서 올라간 것인가?  혹시 엄청난 경공의 소유자…? 지금 저곳에서 바람의 흐름, 기(氣)를 읽고 있는 것일까?

어떠한 상상도 유효한다. 이곳은 ‘소림사’ 니까.

 

 

 

 

 

8위 라오스 루앙프라방 – 오토바이 운전의 달인

 

 


라오스에선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가 더 많다.  그리고 그 많은 오토바이만큼 오토바이 운전의 달인들도 있다.

여자? 치마? 성별과 다른 외부요소들은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왼손에는 7월 라오스의 뜨거운 햇볕을 막을 양산을 들고,

오른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시선마저 자유롭게 조절하는 라오스 여인.

 

하지만,

사실 이건 진짜 비밀인데요, 라오스에선 이 정도로는 달인 축에도 못낀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8위.

 

 

 

 

7위 라오스 빡세 – 물고기 낚시의 달인

 

 


라오스 남부의 나른한 도시 빡세. 메콩을 끼고 있는 이 도시는 라오스 제3의 도시다. 하지만 그 이름이 무색하게 도시의 규모는 아주 작은데, 조금 걷다보

니 어느새 막다른 길이 나왔다. 좁은 골목을 비집고 나가니 앞에는 강가가 펼쳐져있고, 근처에는 각종 쓰레기들과 오물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아마도 빡세의 뒷(?) 동네쯤 되는 곳인가보다. 별볼일 없는 이곳을 서둘러 빠져 나가려던 찰나, 빨간옷을 입은 아저씨 한분이 눈에 들어왔다.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조금더 다가가니 낚시 중이다. 저 더럽고 냄새나는 , 그리고 물이 많아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조금만 걸어 반대편으로 가면 크고

깨끗한 강물이 흐르는 곳이있다. 그곳을 두고 왜 저분은 혼자 저런곳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일까?

저 물에서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면 당신은 달인! 그리고 이곳은 혼자만 알고 있는 장소이니, 달인 중에서도 진정한 낚시의 달인임이 분명하다.

 

 

 

 

 

6위 이집트 룩소르 – 봇짐 이고 걷기의 달인

 

 


사실, 이런 광경은 어린시절 한국에서도 꽤나 많이 보았던 광경이다. 뭐, 가깝게는 우리 할머니도 저 정도는 쉽게 하시곤 했으니까.

하지만 검은색 천으로 온몸은 물론 얼굴까지 칭칭 휘감은 이집트 여인들의 기술도 만만치 않다. 검은 옷과 검은 짐이 이어져 하나의 실루엣을 이루어내는

것은, 이곳이 이집트이기에 가능한 그림이다.

저들은 물건을 떨어뜨리지 않고 저 상태로 자유자재로 걷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한참을 걸어가고 있었다.

저 머리에 특별한 장치가 있거나 그런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짐에 무슨 접착제를 발라놓은 것도 아니다. 아마도 수없이 이고 온 그 세월만큼, 짐이 머리에

서 떨어지지 않는 방법은 그냥 몸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생활의 달인이다.

 

 

 

 

 

5위 라오스 루앙프라방 – ‘삼치기’ 의 달인

 

 


앞서 8위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라오스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오토바이는 그야말로 생활과 뗄 수 없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집집마다 자동차는

없어도 오토바이 한대씩은 대부분 가지고 있으며, 가족들끼리도 대부분 자가용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한다.

그러다 보니 동남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놀라운 광경 중 하나는 오토바이 한대에 상상도 못할 사람이 올라탄다는 것이다. 3명, 일명 ‘삼치기’ 는 기본중의

기본이고, 어린아이들이 많다면 4명, 혹은 그 이상까지도 가능한 것이 동남아의 오토바이다. 정말 마술같은 일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그런데 알고보니, 여기에는 조기교육의 영향도 한 몫 거들고 있었다. 일명 라오스의 꼬맹이들이 필수적으로 거친다는 어린시절 ‘퀵보드 삼치기’ .

아무리 어린아이라지만 저 좁은 퀵보드에 3명이!!!

왠지 모르게 가운데 남자아이가 안쓰러워진다…….

 

 

 

 

 

4위 이집트 카이로 – 빵배달의 달인

 

 

 


이집트 카이로의 이른 아침, 덜 깬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생각보다 거리는 꽤나 활기로 넘치고 있는데, 문득 눈앞에 휙~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스쳐갔다.

 

카이로의 아침을 깨우는 빵 배달의 달인.

자전거보다 훨씬 큰 쟁반(?) 에 방금 구워낸 신선한 빵을 가득 싣고 카이로의 거리를 달린다.

뭐, 다른 설명이 필요없이 사진하나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다.

너무 순식간이라 셔터를 눌렀지만 핀이 어긋나 버렸다. 이건 내 잘못이지만, 아쉬운 사진은 감점의 요소(?).

아쉽지만 4위.

 

 

 

 

3위 캄보디아 씨엠립 – 나무 손질의 달인

 

 

 


캄보디아의 씨엠립. 왕궁 근처에는 조경을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한 정원사가 있다. 캄보디아의 뜨거운 햇볕아래 울창하기만 한 나무들을 보기좋게 손질

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이 3위가 된 데에는 성(姓) 적 고려가 조금은 있었음을 인정한다. 같은 남자로서, 저분의 자세에 가산점을 조금 줄수 밖에 없었다.

말못할 고통을 감수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수행하는 당신은 진정한 달인이다….

 

 

 

 

 

2위 중국 통화 -  세차(?) 의 달인

 

 


상위권에 이제 하나쯤 나올때가 되었는데… 기다리신 분들이 있다면, 드디어 나왔다.

그렇다. 중국이다.

무슨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중국’ 인데….

 

중국 동북지방을 여행하다 문득 길에서 한 아주머니를 발견했다. 자동차 문을 열고 안에서 시트와 발판등을 마구 꺼내고 있었다. 자동차 청소라도 할려는

모양이구나 생각을 했다. 근데 이 근처에 세차장이 있었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아줌마는 자동차 발판을 가지고 와서는 길 옆에 내려다 놓았다. 그리고는 차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세를 숙여 길에 있던 맨홀뚜껑을 열더니, 파란색 양동이를 가져와서는 거기서 물을 퍼기 시작했다. 설마…하수도물을?

자세히 보니 하수도는 아니고 상수도인듯하다. 그런데, 저걸 저렇게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것인가?

더 가관인 것은, 상수도 맨홀 뚜껑의 오돌토돌 튀어나온 무늬부분을 빨래판삼아 거기에 자동차 발판을 올려놓고 수세미로 문지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헉.

다른 사람의 시선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자동차 세차의 달인이다. 청소의 달인이다. 상수도 사용의 달인이다?

무슨 달인인지 애매하긴 하지만, 달인은 맞는 듯 하다….

 

 

 

 

 

1위 몽골 울란바토르 –  기도의 달인

 

 

 


강력한 1위 후보인 중국이 2위에 머무르면서, 대망의 1위는 예상을 깨고 몽골이 차지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울란바토르의 넓은 광장에 낮선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은 천으로 된 옷을 걸친 이분은 아마 먼 서양에서 오셨을 법한 푸른 눈의 수녀님.

울란바토르의 광장은 넒디 넓지만 사람은 항상 그에비하면 얼마 되지 않아 이 수녀님의 존재는 멀리서도 눈에 띄였다.

 

그런데 그 광장의 한복판에서 갑자기 수녀님이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닌가. 두손을 꼭 모은 채 딱딱한 돌바닥에 무릎을 꿇은 수녀님.

그 광경을 보고 나는 문득 RPG 게임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 성직자(클레릭) 님이 특수스킬 <기도> 를 발동하셨습니다’

 

정말이지 언데드 몬스터라도 주위에 있었으면 한방에 쓸어버릴법한 신앙심이다. 저 넒은 광장의 한복판에서 갑자기 기도라니…. 무언가

갑자기 계시라도 받으신것인가?

 

나는 수녀님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금씩 다가갔다. 그런데 어느정도 가까이 다가갔을때, 나는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라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수녀님은 양손에는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한쪽 손목에는 끈으로 콤펙트 카메라를 매고 있었다. 알고보니 갑자기 꿇어앉은 것은 비디오카메라

촬영을 더 잘 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지금도 LCD 창을 보며 열심히 촬영중이시다.

푸른눈의 수녀님에게는 이곳 먼 동방 몽골의 풍경이 너무나 매혹적이었나보다.

 

 

나는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 성직자(클레릭) 님이 특수스킬 <페이크 기도> 를 발동하셨습니다’

 

 

달인 Best of Best, 1위 맞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