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에 대한 모든 것/China Story

장백지만 장백지? 장백지 이름에 얽힌 비밀.

 

   

<이 포스팅은 조금은 민감한 주제이기에 시작이 조심스럽다. 이 포스팅에서 장백지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그의 팬으로 그가 하루빨리 다시 연예계로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혹시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글을 내릴 수도 있다.>

 

 

 

 


- 어린 시절의 영웅들이 변했다.



아마 내가 초등학교 3,4 학년 때의 추석이었던 것 같다.

햇수로 따지면 아마 15년쯤 되었을까.

역시나 추석에 빠질 수 없는 성룡 영화와 함께 TV앞에 온 가족이 모였다.

그 때 한참 영화를 보다가 큰 삼촌이 말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영웅은 이소룡 이었다고.

그러자 작은 삼촌이 그 말을 받아친다.

“난 이소룡은 잘 모르겠고, 성룡이랑 주윤발이 그렇게 멋있었는데……. 따꺼가 뭔지는 아냐? ”

따꺼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난 가만히 듣고만 있었지만, 당시 내가 가장 멋있다 생각했던 이는 이소룡도 성룡도, 주윤발도 아니었다.

당시 내가 푹 빠져 있었던 것은 이연걸.

이연걸의 보디가드, 탈출 등이 한창 인기가 있던 시절, 삼촌들이 이소룡키드, 성룡 키드였다면

난 딱 이연걸 세대다.

.

……

………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성룡도 주윤발도 이연걸도 헐리우드로 진출해 더 큰 월드스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바뀐 것이 있다면 그들의 이름인데, 그들이 스스로 개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 성룡은 청룽으로, 주윤발은 저우룬파로, 이연걸은 리렌제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새로 확정된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현대의 중국인들의 이름은 본토발음에 가깝게 발음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추억의 스타들의 이름은 하나 둘씩 바뀌었고,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한 많은 중화권 스타들은 중국 이름만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장쯔이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고, 최근에는 색,계의 탕웨이나 적벽의 린즈링 등이 그러하다.

 

그렇게 하나둘씩 이름이 바뀌어 성룡이 청룽이 되고, 주윤발이 저우룬파가 되었을때에도 여전히 한국식 한자발음을 이름에 사용하는 한 스타

가 있었으니, 바로 장백지(張柏芝)다.

 

                                                                            

 

 

장백지가 한국에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한데에는 내 기억에 기대자면 파이란이 결정적인 시기로 작용했다.

물론 파이란 이전에 희극지왕이 있지만, 주성치 영화의 특성상 여자주인공 비중이 낮은 측면도 있고,

한국에서의 인지도 상승만을 놓고 따지자면 한국영화로서 흥행도 나름 괜찮았고 평단의 평가도 무척이나 좋았던

파이란이 결정적 시기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장백지는 파이란 이후에도 계속 승승장구하였고, 중화권의 톱스타, 톱배우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만큼 국내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도 높아졌는

데, 성룡이나 주윤발이 청룽과 저우룬파로 서서히 바뀌고 두 이름이 함께 쓰여가는 시기로 접어들고 다른 중화권의 유명 스타들도 똑같은 수순

을 거쳐갈때도, 장백지는 여전히 장백지였다. 왜, 도대체 왜 장백지만 계속 장백지였을까. (장백지만 장백지였던 시절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기

억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예전 장백지만 장백지였던 시절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 장백지만 장백지? 그리고 장바이즈는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히 존재했던 장백지만 장백지였던 시기를 거쳐, 어느 순간에서인가 부터  장백지는 장바이즈라는 이름으로 국내언론에 등장한다.

사람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성룡과 주윤발이 그랬던 것처럼, 장백지도 장바이즈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어느샌가

장바이즈라는 이름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지금은 대부분의 공식 기사에서는 장바이즈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무언

가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

….

 

그렇게 다시 시간은 흘러 나는 이곳 베이징까지 흘러오게 되었다. 베이징에서 공부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직접 이곳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우연히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중국에 장바이즈라는 영화배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무슨 말이지? 그렇다면 한국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장바이즈는 누구

란 말인가? 그러나, 그 많은 중국인들 중에서 ‘장바이즈’ 라는 배우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그렇게 유명한 배우를 아는 사람이 아

무도 없다고? 난 나의 중국어 발음이 잘못된 줄로만 알았다……….

 

 

 

- 장백지 이름에 얽힌 비밀.



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중국 친구들을 상대로 여러 이야기를 해본 결과, 해결의 실마리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대답은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장백지의 중국어 한자를 보면 张柏芝 이다.

중국어는 알다시피 표의문자이다. 즉 글자 하나하나마다 뜻이 담겨 있으며, 한자 하나하나마다 각자의 음이 있다.

그런데 이런 중국의 한자중에는 글자는 다르지만 음이 같은 것도 있고, 한 한자가 여러 가지 음을 가진 것도 있다.

 

<张柏芝> 라는 이름을 보면 첫번째의 张 은 zhang, 한국어 발음으로 옮긴다는 것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장’ 의 발음에 가깝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글자인 芝 는 zhi, 한국어 발음으로 쉽게 말하면 ‘지’, 최대한 원음 발음에 가깝게 하면 ‘즬’ 이 된다.

문제는 가운데의 ‘柏’ 라는 글자인데, 이 글자가 여러개의 발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柏’  는 3성의 bai, 바이 라는 발음과 함께 2성과 4성의 bo, 보 라는 발음도 가지고 있다.

즉 상황과 단어에 따라 발음은 바이, 혹은 보 두가지로 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중국인들은 가운데 글자를 ‘bai’ 가 아닌 ‘bo’ 로 발음하고 있었다.

 

그렇다. 장백지의 중국 이름은 장바이즈가 아니다. 진짜 이름은 차마 발음하기가 민망한데,

중국어 병음으로 나타내자면 zhang bo zhi, 최대한 원음에 가깝게 읽자면 ‘장보어즤’ 가 된다.

더이상 말하지 않아도 내가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는 모두 다 알아차렸으리라 생각한다.

발음이 둘다 되니 장바이즈도 되는거 아니냐, 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물론 이부분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배움이 부족해 뭐라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고유명사로서 사람이름이라는 것이 다른 발음을 인정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언어가 달라 확실한 예가 되긴 힘들지만,

예컨대 김영삼 전대통령을 김공삼 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만약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영' 과

'공' 은 같은것이 아니냐 물어본다면, 우리는 그게 아니라며 진땀빼며 설명해 줘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중국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 드디어 밝혀지는 장백지 이름의 진실.




충격적이었지만, 사실이었다.

나는 이렇게 다다른 결론 앞에서, 다시 역으로 하나씩 이 결론을 검증해보기로 했다.

그리고는 먼저 내가 예전 맨날 헛갈려했던 장쯔이와 장백지를 위키 백과에서 검색해보았다.

 

                                  
< 장백지와 장쯔이의 위키백과 검색 결과 비교. 장바이즈의 한자에만 병음이 없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

 




별반 다를 바 없지만, 한번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하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기 마련이다. 왜 장쯔이에게는 있는 중국어 병음이 장백지에

게만 없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갔다. 그리고는 하나둘씩, 조금 더 확실해지기 시작했다.

 

 


                                <zhangbozhi.com 은 장백지에 관련된 팬 페이지다. 반면 zhangbaizhi.com 은 없는 페이지다.>

 

 





 

 

중국 최대의 검색엔진인 바이두의 검색 모습. zhangbozhi 라는 검색어에서 첫번째로 장백지라는 검색어가 자동완성된다.

그 밑의 것들도 장백지영화, 장백지 사진, 장백지 아들 등 연관 검색어가 차례로 등장함을 알 수 있다.

반면 밑의 zhangbaizhi의 경우는 장백지 이름이 두번째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다른 연관 검색어들도 눈에 띄게 적고, 검색 결과의 정확성마저 확연히 떨어진다.

 

 

 


- 그렇다면 장바이즈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렇다면, 당연히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것은 도대체 장바이즈라는 이름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장백지의 한자의 다른 음을 따면 장바이즈가 된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이것이 장백지의 국내 에이젼시의 기묘한 전략인 듯 하다.

중국어 표기법이 바뀌면서 장백지만 장백지로 남아있게 되고 이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자연스러운 중국이름이면서 한자를 그대로 쓸 수 있는 ‘장바이즈’ 라는 이름이 국내에 쓰이게 된 것이다.

당연히 국내의 정서와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장백지의 중국 본명을 쓸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전략은 제대로 맞아 떨어지게 되고, 한국 국민의 99%는 장백지의 진짜 중국이름이 무엇인지 모른 채 장백지 혹은 장바이즈로 알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내려본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궁금하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무섭기까지도 한 것은, 어떻게 지금까지도 이렇게 아무도 모를 수 있냐는 것이다.

물론 알고 있는 사람들도 소수 있겠지만, 이렇게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 그리고 다른 곳도 아니고 그 대단한 ‘한국 네티즌’ 들인데, 그리고

당신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이런 내용을, 이렇게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장백지 국내 에이젼시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네이버에서는 이 내용에 대해 전혀 검색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감추는 것은 알권리의 침해 아니냐고 반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알권리'와 '국내정서' 간의 경중을 따져보자면, 그래도 필자는 당연히 국내정서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배우이며 공인이기 이전에 한 여인의 인권도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 장백지, 이제 다시 일어서야 할 때.

 

<장백지의 스캔들 이후 최근 4월 다정한 모습을 보인 장백지와 사정봉 부부>

 

 

2008년 초 아시아를 강타했던 진관희의 음란 스캔들. 그 중심에는 가장 유명하고 인기가 높은 장백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장백지는 지금까지 스크린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이런 글을 올려 고추가루를 뿌리는 것이 아닌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한국의 네티즌들도 사실을 알 권리는 있다……고 생각하여 이 포스팅을 감행한다.

장백지의 진짜 이름은………이고, 음란 스캔들에까지 휘말렸으니 이 글을 읽고 장백지에 관해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사정봉이다……(정말, 둘 다 중국어로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묘하게도 한국어에서 둘 다 걸린다.)

어쨌거나, 둘은 난관을 극복하고 잘 살고 있고 (아직까지는)

장백지 또한 후속작을 찾기위해 열심히 노력중 이라고 하니

예전의 그 장백지로 스크린에서 볼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