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에 대한 모든 것/오늘의 斷想

10AM.





 

작년과 올해, 2PM과 2AM 이라는 이름의 그룹이 가요계의 대세로 등장했다. 이 그룹들을 프로듀싱한 JYP의 말에 따르면, 2AM은 새벽2시에 들었을 때 가장 좋은 음악, 2PM은 오후 2시에 듣기 가장 좋은 음악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어쨌든, 이 두그룹 덕분에 또 다른 의미의 고유명사가 둘 생겨버린 것이다.


하루는 24시간.
이것은 절대 변하지 않는 자연의 진리다. 나는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24시간을 살고 있고 그것은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듯 매일 맞이하는 24시간은 때로는 반복되는 일상일수도, 때로는 신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하는 순간일수도 있다.


내가 살아온 25년의 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시간을 24시간이라는 관점으로 되돌아보면 의외로 비슷한 시간들의 연속이다. 초등학교때부터 중고등학샹을 거쳐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언제나 아침 9시는 학교에서 1교시를 맞이하는 시간이었고, 이것은 이제 대학을 떠나 취업을 하게 되더라도 ‘출근’ 이라는 이름의 허울만 바뀐 채 지속될 것이다. 이렇듯 초등학교때부터 10년이 넘게 지속되어 온 일상들은 시간들을 내 머릿속에 이미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내 머릿속에 9시는 1교시, 12시는 점심시간의 이미지다. 오후 2시는 낮잠, 오후 6시는 저녁식사, 오후9시는 뉴스, 오후 10시는 드라마, 오후 11시는 쇼프로의 이미지다.


이렇게 머릿속에 이미지화 된 시간들은 기억하기 쉽다. 반면에 그렇게 이미지화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대표 시간들과 맞물려 이른바 ‘우산효과’ 를 보는 시간도 있다. 예컨대 11시나 1시가 대표적인데, 11시는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어 항상 들뜬 마음으로 보내게 되는 시간이고, 1시는 점심시간의 연장 선상에 있기 때문에 보통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까지 모두 점심시간의 이미지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시간들을 이미지대로 나누고, 우산효과를 적용하다 보면 각자의 특색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나누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기억나지 않는 시간이 있다. 바로
오전10시, 10AM이다.




기억해내라.
내가 오전10시에 무엇을 하였는지. 하지만 쉽지 않다. 오전10시는 언제나 소외된 시간이었다. 비몽사몽 아침일찍 등교해 졸림 가운데서 1교시를 마친 것은 기억나는데, 점심시간을 기다리던 3,4 교시와 점심시간은 기억나는데, 하물며 수업시간 중 깨어있었던 적이 없는 점심시간 후 오후 2-3시의 시간들도 기억나는데, 나의 학창시절 10am에 대한 기억은 어디에도 없다.


대학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수업이 없어 쿨쿨 늦잠을 자다 일어나보면 어느새 10시가 훌쩍 넘어있기가 일쑤고, 그러면 10시보다는 다가올 11시와 12시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기에 10시를 돌 볼 여력은 없었다. 그렇게 10시를 허무하게 인식도 하지 못한 채 보낸 하루는 그렇게 빨리 지나가 버린다.


10AM 에 대한 기억이 없어 안타까워하던 어느날, 문득 이에 대한 한가지 기억을 떠올렸다.


바쁜 학교생활에 지친 어느 날, 항상 나와 함께 분주하게 출근하던 부모님이 집에 계시던 날 아침, 공휴일이라는 설렘에 괜시리 일찍 눈을 뜨게 된다. 8시 밖에 되지 않았다. 늦잠을 자고 싶어도 들뜸가운데 잠이 잘 오지 않아 부모님 방의 침대로 가서 뒹굴어 부모님을 깨우고, 온가족이 모여앉아 TV에서 공휴일 특집 만화라도 보면서 떠들어 대던 그 시간. 문득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 10AM 이었다. 아침 8시부터 일어나 부지런을 떨고 한숨 돌리는 바로 그 시간이다.



그랬다. 나에게 10AM은 공휴일의 정서였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보통 사람들이 이 시간을 누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시간을 누릴 기회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 가운데서 한달에 한번 찾아올까 말까다. 그래서 10AM의 시간을 편안히 누리고 있는 자신을 문득 발견 할 때면, 아마 그 날은 공휴일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자주 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이 오전 10시에 걸친 시간이다. 분명 일 년에 365번, 25년의 시간동안 수천번의 10AM을 보냈겠지만 난 그것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어떤 노래 가사처럼 항상 곁에 있어서 소중한 줄 몰랐던걸까....

 지금, 당신의 10AM은 잘 있는지, 안부를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