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에 대한 모든 것/이런 곳으로 여행

두바이 쇼크, 그리고 내가 만났던 두바이.

 

 

*. 두바이 쇼크..?

 

이번 주, 전세계에 ‘쇼크’ 가 몰려왔다. 덕분에 한국 증시와 환율은 요동쳤다. 아니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출렁였다.

이 쇼크의 근원지는 바로  ‘두바이’  발이다. 그렇게 사막의 모래바람을 기적으로 변화시킨 것 마냥 화려함을 뽐내던 두바이가 ‘모라토리움’ 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사실 나도 배움이 모자라 이 아리송한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쉽게 이해하자면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안된다는 이야기다.

빌린 돈을 못 갚으면? 흔히 이야기하는 파산이다. 국가부도, 파산… 두바이가 국제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지 50년이 채 되지 못해서 이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일각에선 두바이는 아랍에미레이트 연합에 속한 토호국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들 중 맏형격인 아부다비 정부가 두바이 구제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뭐, 도움으로 파산을 면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후의 두바이가 이전의 두바이의 모습과 같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두바이는 필자와도 관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예전 이집트로 가는 여행길 도중, 두바이에 스탑오버를 해 짧은 시간이나마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말로만 듣던 두바이에 발을 디딘다는 설렘, 그리고 비행기의 문이 열렸을 때 얼굴을 엄습해오던 뜨거운 모래바람의 열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의 기

억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어 본다.

 

 

 

 

* 두바이로 출발하기 직전, 비행기.

 

 

 

 

 

 

 

서울에서 두바이로 향하는 가장 편한 방법은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을 이용하는 것이다. 두바이가 볼거리가 부족한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필자가 두바

이만을 둘러보기위해 무작정 비행기에 훌쩍 올라탈 수 있을만큼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은 아니기에, 이집트를 비롯한 다른 중동과 유럽을 돌아보러 가

는 김에, 덤으로 두바이에서 약 6 시간 정도를 스탑 오버로 둘러보게 되었다.

 

‘두바이’ 로 간다는 것을 더욱 실감나게 해 주는 상황적 장치 중 하나는 내가 지금 에미레이트 항공에 타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어떤 신문보다 기내로 들

어서는 입구에 가장 앞에 놓여있는 것은 ‘GULF NEWS’ 라는 이름의 것이다. 좌석앞에 부착된 화면에 나타나는 아랍어도 나의 들뜬 마음을 부채질하는 또

다른 장치이다.

 

 

 

* 두바이 도착 직후의 공항, 입국심사대.

 

 

 

 

 

 

비행기가 두바이 땅에 내려앉아 멈추고 난 후 기체의 문이 열렸을 때 나의 얼굴을 때린 것은 뜨거운 모래바람이었다. 기내의 쾌적한 에어컨 바람에 익숙

해진 탓인지 유난히 뜨겁고도 숨이 턱턱 막힐 것만 같았다. 재빨리 다시 넒은 공항을 가로질러 입국심사대 앞에 섰다.

 

여기서 나는 두바이의 또 다른 상징을 만난다. 바로 새하얀 무슬림 복장. 어찌나 하얗고 때하나 묻지 않고 순수해 보이는 복장인가. 아마도 앙드레김 선생

님이 두바이에 와 보셨다면 이런 말을 남기셨을 것이다. “어~~뽠따스틱~”

 

그러나 하얀 복장 말고도 이들에게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물론 180을 넘는 위너들이 많아서 그럴수도 있지만, 그보다 열개의 손가락마

다 번쩍번쩍 빛을 내고 있는 반지들이라던지, 가볍게 들고 다니는 루이비통 가방 등이 자꾸만 눈을 사로잡는다. 분명, 이곳에 돈 많은 사람들이 많기는

많은가 보다.

 

 

 

 

 

 

* 두바이 공항 풍경

 

 

 

 

 

 

 

두바이는 허브(hub) 다. 세계 각지의 사람, 물류와 돈이 모인다. 두바이 공항은 그야말로 모든 인종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그냥 미관을 위한 것인지 모를 거대한 야자수들이 실내에 가로수역할을 하고 있다.

 

깨끗한 흰 옷을 입은 남자와 검은 옷을 입은 세 명의 여인들. 일부다처의 모습인가…? 사진을 몰래 찍으려는데 귀신같이 알고선 날카로운

시선을 날린다. 무서워서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멀리서 봐서 바둑돌인줄 알았어요….”

 

두바이에서 처음 화장실을 가보고도 깜짝 놀랐다. 너, 너무 깨끗하잖아….

그리고 변기 옆에 있는 저 샤워기(?)는 과연 무엇일까. 당연 뒷처리용이겠지…

걱정 마라. 휴지도 있으니까.

 

 

 

 

 

* 두바이 시내 풍경

 

 

 

 

 

 

 

 

 

 

 

 

두바이만의 특징 중 하나는 독특한 건축물에 있다. 두바이는 건물의 건축 허가를 내어줄 때 외형상 개성이 없으면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두

바이의 정책은 두바이를 현대 건축의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얼핏 봐도 그냥 네모 반듯한 건물은 거의 없다.

 

각양 각색의 빌딩 숲들 사이로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은 대부분 도요타의 것이다. 물론 다른 회사의 것들도 있지만, 일본 회사가 가장 많고, 그 중에 도요

타가 가장 많으며, 그 중에 가장 많은것은 두바이의 특성에 잘 맞는 SUV, 지프 형태의 차량들이다.

 

두바이는 바다를 끼고 있지만, 날씨에 따라 바닷가에도 모랫바람이 심상찮은 날들이 있다고 했다. 내가 두바이를 간 날은 심하다고 하기엔 조금 부족했지

만 없다고 할 수 있는 정도도 아니었다. 두바이의 바닷가는 왠지 모르게 황량한 느낌이다. 나만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바닷가를 배경으로, 두바이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인 버즈 알 아랍이 보인다. 그렇다. 흔히 이야기하는 세계 유일의 7성 호텔이다. 다우선의 돛 모양을 형

상화해 지어진 저 화려한 건물을 뒤로 하고 두바이의 서민들이 걸어오고 있다.

 

화려해만 보이는 두바이, 그리고 버즈 알 아랍.

그렇지만 이곳의 모든 사람들의 삶이 화려한 것은 아니다.

기억해라.

두바이의 화려함은 누군가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