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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사회, 문화

그림으로 남긴 훈련소 4주간의 기억 , 이런건 알고 가자 - 첫번째 이야기





'훈련소 이야기'에 앞서...
막상 훈련소에서 겪었던 생활관 이야기를 쓰려하니
크게 걱정되는 것이 한가지 있다...이야기를 시작하기가 참 어렵지만 조심스레 꺼내본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남자들은 누구나 병역의 의무를 가지게 된다.
그 중 현역으로 2년가까이 되는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는 사람. 심신의 건강때문에 본의 아니게 보충역(일명 공익)을 받아 사회공공기관으로 출퇴근 하며 보내는 사람, 또 심신의 건강 문제로 면제를 받는 사람들...상근도 있고, 의무소방도 있고.. 다양한 형태로 모두가 병역의 의무를 행하게 된다.

난 그중 보충역의 의무를 가지게 됐다. 그래서 한달채 안되는 기간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나오게 됐다...
여기 쓰려는 글은 그 한달동안 경험한 '생활관'이야기이다. 단지 그 한달의 기억과 기록을 여기에써볼까한다.

한달 밖에 안 있었으면서 이런 글을 올린다고 비난 받을 수도 있겠다. 누군가 기분이 언짢다면 너그러운 이해를 구한다. 나의 친구나 선배, 그리고 동생들 중 현역으로 병역을 행하고 있거나 마친 이들이 많다. 한달간의 경험으로 감히 그들의 노고와 고충,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면 다행이겠다.


























1분 1초가 눈에 보이는 지루한 시간
"뭐라도 끄적여야지...심심해 돌겠네.."
"일기장 들고오길 다행이다.."



















시간의 방...

"시계가 멈춘거 같다...한참 전에 12시였는데.."
"정신병 걸리겠어...ㅜ"














처음이자 마지막인 초긴장
"아..옆에 놈 혹시...불안한데..."
"윽~화약냄새.."















난생 처음 교회도 가보고..
'여기서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구두약만 바르면 OK?
"아 썅. 깨끗하구만 무슨 전투화 손질이고?"
"걍 구두약 처발라..까맣게.."
















헬멧보다 냄새 더 쩐다..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기도 참 어려운데...젠장"
"내껀 깔창도 없어.."















사격 전엔 목숨걸고,
"아... 긴장된다..깨끗이 닦아야 잘 나가겠지?"
사격 후엔 심심풀이
"쳇.총도 안쓰는데 왜..총기 손질?"













선두로 가다 뒤를 돌아보면..
"전부 기진맥진이네.."
"대체 사격하러 몇 킬로를 가는거?"










사격전 조준 균형 잡기
"이건 바둑돌 얹어두는 사람이 잘 해야돼.."















냄새 쩌는... 방탄 헬멧
"아...식초 썩는 냄새.."
"냄새 없애는 좋은 방법 없나?"





























단잠 깨워주는 불침번
"앗싸!  불침번 첫 타자다~"
"썅...새벽1시다..ㅠ 잠 다잤네.."













훈련병은 제초병..
"아놔...손에 초록물 들겠다..."
"맨날 풀만 뽑네.."



기초군사훈련의 시작 - 가입소 기간

현역과 보충역은 기초군사훈련의 기간에서 꽤 차이가 난다. (훈련에서 1주 차이는 어마어마하다ㅠ)
현역들은 보통 가입소 주까지 포함해 약 5주의 훈련을 받게되고,
보충역은 가입소기간이 하루나 이
틀만에 끝내고 바로 훈련을 시작하므로 4주 채 안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1주 차이는 어마어마
한 시간이다ㅜㅜ
가입소란 일단 입소한 훈련병들의 건강상태 체크, 보급 등을 체크하고 건강에 이상
이 있을시 귀가조치를 하는 등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준비하는 기간으로 생각하면 된다. 
보충역들
은 이 기간과 동시에 간단한 제식훈련을 받기도 한다. 이건 각 부대마다 다른 것 같다. 우리는 사격 연습을 바로 시작하였다.

1분 1초가 눈에 보이는 지루한 시간

저녁마다 주말마다 시간이 남아도 할 것이 없을때 ...나눠준 모나미 볼펜으로 가져간 일기장에다 낙서를 했다...
모나미 볼펜을 2개정도 다 썼으니 꽤나 심심했던 모양이다ㅋ ( 그림도 그리고, 낙서도 하고 일기도 쓰고...)
현역 훈련병들은 군사용수첩을 보급받는다(군가도 나와있다..+ㅇ+).
보충역은 그런거 없다. 주는 곳도 있다는데...우리 기는 받지 못했다. 낙서를 하고 싶어도 종이가 없다. 난 다행히 일기장을 들고 들어갔다.
생활관 친구들도 수첩 안들고 들어온걸 꽤 아쉬워했다. 나중엔 너무 심심해 보급받은 편지지 뒤에나 속옷 포장 종이에 낙서를 하기도 했다.
작은 수첩하나는 꼭! 들고 가자.

구두약만 바르면 OK?

난 구두약을 아껴써야 하는 줄 알고 구두약을 조금 찍어 열심히 닦았다.
미련한 짓이다.
나눠준 구두약을 적당히 아끼면서 듬뿍 듬뿍 쳐발라야 쉽게 흙먼지가 가려(?)진다...
흙먼지를 닦아 없애는 것보다 구두약으로 감추는게 요령이다.


헬멧보다 냄새 더 쩐다..

냄새나는 군화는 답이 없다. 그냥 내발을 자주 씻는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좀 지나면 익숙해져서 냄새도 느끼질 못한다...


사격 전엔 목숨걸고..

훈련소 내 최절정 긴장된 순간이 있다면 사격 전이 아닐까.
물론 두세번째 되면 그런거 없다...재밌다.
첫 영점 사격 전날 밤. 미친듯이 총기를 닦고 기름칠 해댔다.
양치질도 목욕도 이렇게 안한다. 열라 닦아 댔다.
몇 일후 야간사격을 끝내고 다음날부터... 긴장감 따윈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냄새 쩌는... 방탄 헬멧

훈련소에서 보급받는 개인 장비 중에 냄새가 심한 걸로 5위안에 든다. 신발, 활동복, 전투복도 장난아니지만...
썩은 식초냄새 나는걸 머리에 쓰는 것만큼 고역도 없다. 이에 몇 가지 팁을 적어본다...
(방탄 헬멧을 지급받자마자 안에 가죽 턱끈과 줄을 제거하고 뜨거운 물을 가득 받아 둔다. 후에 물을 버리고 바짝 말리면 냄새 덜! 난다...ㅠㅠ 가죽턱끈과 줄은 깨끗이 씻어서 햇볕에 바짝 말린다. 또는 냄새 안나는 걸로 바꾼다.. 빈 관물대에 있는 방탄 헬멧도 잘 살펴보자. 혹시나 가죽끈 때문에 이마에 두드러기가 난다면... 나처럼 가죽끈 다 뻐버리고 그냥 쓰는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좀 불편한건 감수할 만하다..)


단잠 깨워주는 불침번

개인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웠던게 이 불침번이었다. 깊은 잠에 들었다가 깨는 고통도 큰 스트레스다..ㅋㅋ
물론 함께 서는 동료가 있다면 재밌는 시간이 될수도..ㅋ 불침번은 각 소대별로 2명정도씩 시간대별로 서게 된다.
뭐 온도체크, 총기 확인, 인원 확인 같은걸 하는데...심심함이 최고조를 찍는다.
필자는 그림도 그리고 함께 불침서는 형과 얘기도 나누고 재밌게 시간을 보냈지만 파트너가 말이 없는 스타일이라면 엄청 심심할 듯..가끔 운빨이 따른다면 첫타자나 막타자를 설수도 있다...


훈련병은 제초병..

훈련소는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풀들이 잘 자란다. 무조건 뽑아야 한다..
'하루 종일 계~속 훈련만 받나? ' 궁금할 수 있겠다. 다행히 아니다...대신에 틈틈이 풀 뽑는다.
잡초고 잔디고 간에 눈에 거슬리는건 다 뽑게 한다. 처음엔 이런 저런 불평도 많았다.
'우리가 풀 뽑으러 왔나?'....그런 불만도 잠시다...
풀 뽑는게 익숙해 질때쯤엔 아마 끊임없는 수다로 넓어진 인맥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풀 뽑는 시간 = 노가리.
좋은 기회다. 많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풀은 맨날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