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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09'TheGreater Mekong

쿤밍, 윈난대학. (雲南大學)

 

 

 

슬로우시티 쿤밍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는 듯 했지만

어느새 이곳을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여행에서는 항상 이러하다. 여행은 머뭄과 떠남의 반복이다.

그래서 때때로 떠남이 아쉽지만

새롭게 만날 그 어떤 곳을 생각하면 설렘이 그 자리를 금방 채운다.

쿤밍에서의 마지막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20여분을 달려, 쿤밍 시가지의 북쪽 어느 곳에 멈추었다.

 

 

 

 

 

 

버스에서 내려 얼마 발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길거리의 광고판에서 ‘아는 누나’ 를 만났다.

이 누나는 여기서 이러고 있을 분이 아닌데,

쿤밍의 병원 모델로 활동 중이셨다.

사실 중국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활동하고 있는 ‘아는 누나’ 들이 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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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로 가는 길은 중국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세련된,

더구나 중국의 변두리 중 변두리인 윈난이라고 믿기에는 더욱더 어려운

세련되고 아기자기한 음식점들과 카페, 작은 옷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다.

베이징에도 이런 곳들이 물론 꽤 있긴 하지만

베이징에서 느끼던 복잡함과 시끄러운 분위기는 존재 하지 않았고

그곳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여유로움 속에서 거리를 걷고 있는 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여행을 계속 하면서도 쿤밍의 여유로움을 잃지 말아야지.

도시는 쭉 그래왔던 것처럼 그냥 그곳에 있을 뿐이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일상을 살 뿐이지만

나는 그것들을 보고 배우고, 또 배운다.

 

 

 

 

 

 

 

 

이 곳은 어느 곳보다 높은 하늘아래 곧게 뻗은 거리로 젊은 기운이 넘쳐나고

노천의 까페 테이블에 앉아 마작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도 보인다.

중국인들과 함께 외국인도 마작판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어딜까 이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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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윈난 최고의 명문, 윈난 대학이다.

 

 

 

 

 

중국은 아직도 모든 부분에 있어서 국가의 개입이 엄청나다.

교육 또한 그러한데, 특히 중국에는 사립대학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며

있다 하더라도 사립대학은 ‘정말 좋지 않은 대학’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명문대학은 국립 대학이다.

물론 중국에도 현재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칭화대-베이징대-런민(인민)대 정도로 이어지는 

소위 ‘명문’ 대학의 간판의 중요성이 엄청나게 커졌지만

그래도 한국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지방의 거점 대학들의 위상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이다.

물론 칭화대, 베이징대학이 좋긴 좋지만

아무리 변방에 있는 성에 속한 대학이라도 그 지방의 중점 대학의 경우는 이름을 말하면 모르는 중국인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대부분 그 지방 거점 대학을  ‘유명상표’  를 뜻하는 ‘名牌’ 대학, 즉 명문으로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윈난대학 역시, 역사와 전통이 깊은 윈난성을 대표하는 대학이라는 것은 이쯤 설명하면 충분한듯하다.

 

 

 

윈난 대학을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울창하다’ 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윈난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겨버린 것일까. 하지만 윈난 대학의 첫인상은 대학이라기 보다는 수목원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이곳은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이다.

 

 

 

 

 

 

그렇다고 이 곳에 자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방학기간 임에도 불구하고 캠퍼스 곳곳에는 책을 읽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 내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아인슈타인이 새겨진 벽면에는

‘진리와 지식에 대한 추구와 노력은 인간의 가장 높은 품성 중 하나이다’

라는 그의 명언이 새겨져 있었다.

한국으로부터 수역만리, 베이징으로부터 역시 그만큼 떨어진 이 낯선 쿤밍에서

정말, 한국의 대학도 온전히 진리 탐구의 장으로 서게 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렇듯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상쾌해지는 듯한 푸른 녹음 안에

역사와 전통의 오랜 기억을 간직한 때묻은 건물들

그리고 이것들을 모두 누리며 진리탐구를 하는 학생들이 있는 곳이라면

‘명문’  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곳이다.

내가 알기로는 윈난 쪽 대학의 예술계통이 유명하다.

일반적인 예술이라기 보다는 소수민족이 많은 윈난의 특징을 잘 반영한 민속적 특징의 미술이

대학 내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발전되는 것으로 들은 기억이 있다.

윈난 대학에서도 미술 디자인 학부의 건물을 만날 수 있었다.

경비원 아저씨가 출입을 저지하는 바람에 내부는 구경해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대학이란 곳은 참 묘한 곳이다.

정말이지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젊음을 느낄 수 있다.

그냥 젊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살아있다’ 는 느낌이랄까.

이것은 세계 어디 대학을 가든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윈난 대학의 젊음을 에너지 삼아,

나는 이제 야간 침대 버스를 타고 리장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