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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모든 것/China Story

중국 국경절, 베이징에서 눈으로 직접 느껴보니

 

 

 

2009년 10월 1일. 한국에서는 국군의 날이지만, 중국에서는 건국기념일인 국경절이다.

그리고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60주년으로, 그 어느때보다도 나라 전체가 들떠있는 느낌이다.

지금 필자가 있는 이곳은 베이징 중에서도 한참 외곽에 속하는 곳이지만, 이곳도 어김없이 국경절을 맞는 들뜬 분위기로 가득차 있다.

몇일전부터 여기저기 건국 60주년을 축하하는 문구를 새긴 화려한 화단들이 등장했다. 또 학교나 관공서는 물론이고 길거리 곳곳에, 각 상점들도

모두 저마다 크고 작은 오성홍기(五星红旗 - 중국 국기의 명칭) 를 달아놓고 국경절을 맞을 준비를 마친 모습이다.

 

중국인들에게 매년 10월 1일 국경절은 날씨가 안 좋기로 유명하다. 비가 내린 적도 많았고, 항상 흐리고 얄궂은 날씨가 반복되었다는 이야기를

TV와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밤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여 이번 역시 그러한 징크스를 이어가나

싶더니, 아침이 되자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그냥 맑은 정도가 아니고, 바야흐로 천고마비의 계절이 찾아온 듯 하늘은 한없이 푸르고

어느때보다 높았다. 푸른 하늘은 높이 솓은 오성홍기와 국경절과 중추절을 맞아 주렁주렁 매달린 홍등과 어울려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냈다.

 

 

 

 

 

 

 

 

 

10월 1일 중국의 국경절에 행해지는 행사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위에빙시, 한국 발음으로 하면 바로 열병식이다.

중국은 국경절만 되면 나라의 힘이라도 자랑하려는 듯 군대들을 동원해 행진을 하고 열병식을 한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규모를 생각했을때

일년 중 가장 큰 명절에 벌어지는 이 행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인데, 올해는 60주년을 맞이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 마저 초월해버렸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군사들과 장갑차의 행렬, 그리고 하늘에서는 편대를 이루어 창공을 가르는 전투기들… 이 엄청난 군대병력 가운데로 국가의

수장인 후진타오 주석이 탄 자동차가 행진을 하며 좌우로 늘어선 군대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달한다. 후진타오를 비롯해 중국 국무원의 주요 정치인들과

군 장성, 권력있는 사람들이란 사람들은 모두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마다 이 열병식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중국인들이 몰려들어 천안문 앞은 장관을 이룬다. 천안문 앞은 당연 통제와 검열이 아주 살벌할 정도로

이루어질텐데, 엄청난 인파와 통제가 두려워 감히 그곳에 갈 엄두는 내지 못하고, 학교 캠퍼스 내의 대형 멀티비전을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학교의 대형 멀티비젼 앞에는 일찌감치 많은 인파들이 모여있었다. 중국인들이 이번 ‘60주년’ 이라는 것에 부여하는 의미는 특별하다.

아마도 그들은 끊임없이 발전해나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을 것이고, 작년 베이징 올림픽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 건국 60주년이라는

사건도 중국에게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많은 인파들이 몰렸다. 방송국의 카메라들도 간간히 눈에 보이고, 작은 국기를 손에 들고 있는 여학생 무리도 보인다.

이들은 하나같이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고, 탱크와 장갑차가 행진을 하거나, 공군 전투기의 에어쇼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박수를 치고

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중국인들에게 과연 국가란 어떤 의미일까?  무엇이라 확실히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느끼는 국가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성급한 일반화일지 모르지만, 중국인들은 국가에 대해 순응적이다. 아마 국가의 권력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국가에

대항해 칼이 아니라 촛불을 들어도 그냥 밟히는 정도지만 (ㅆㅂ…)  여기는 그냥 밟히는 것 정도로 끝나지는 않는다. 학교 앞의 노점상들을 봐도,

불심 검문에 걸려 자신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물건들이 산산조각이 나도 그들은 대부분 한마디의 항의도, 울음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묵묵히 그들이

지나가고 나면 산산조각난 파편들을 주워 모을 뿐이다. 그래서 항상 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들은 원래 이런 것이다…하고 그냥 애써 넘겨버리려는

듯 했다.

 

중국인들도, 특히 대학생들이라면 그들도 다 인식하고 있다. 그들이 세계의 다른 발전국가들과 비교하였을 때 ‘인권’ 이라는 것을 아주 조금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정말 나의 시각으로는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국가에 대해 일정부분 불만을 가지면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가 하는 것은 지금 중국이 발전하기 위해서 우선되어야 할 것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는 대

학생들도 너무나 많았다. 이것이 이들이 자신들의 국가를 사랑하는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금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 -그것이 경제발전이든 무엇이든 간에- 이 완성되고 나서, 지금 뒷순위로 밀려난 다른것들의 차례가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

경제발전과 국가의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희생되어진 가치들, 국가는 시간이 지나서도 그것들이 희생되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때도 지금처럼 그들의 국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

……

 

한국에서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고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을 경험하고 나니,

문득 생각이 많아졌다.